22대 국회 '입법영향분석' 도입 움직임
21대 의원입법 96.7%, 가결률은 11.4%
10년째 제도 도입 관련 법만 14개
22대 국회 들어 위헌 요소가 짙은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재계를 중심으로 과도한 규제입법도 남발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의원입법의 허들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안으로 '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의원발의 법률안은 총 2만5,027건(전체 발의 법안 중96.7%)으로 역대 최대였다. 총 1만2,220건이었던 18대 국회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소위 ‘불량입법’도 증가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의원발의 법안 가결률은 11%에 불과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은 법률은 1989년 첫 결정 이후 현재까지 총 855건에 이른다. 지난 70년간 일본 최고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13건에 이르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 이후, 여론을 의식한 의원들이 법안을 빠르게 발의해 대중의 시선을 잡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탓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친일인사 공직 임명방지법'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면서 나온 법안이다 보니, 헌법학자들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 등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원입법 과정이 정부입법과 비교해 허들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통 정부입법의 경우, 사전영향평가과 규제심사, 관계부처 검토 등을 거쳐 5개월에서 7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의원입법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10일 이내에 가능하다. 법안비용추계서와 상임위원회 법안검토 정도만을 거친다. 위헌 요소까지 담긴 법안들이 버젓이 발의되는 이유다.
10년째 법안 발의만 14건, 도입은 언제쯤?
이 때문에 의원입법에 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경제·산업 △사회·문화 △정치·행정 분야의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상임위 심사 전에 의원이나 위원회의 요구로 입법영향분석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하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이 아닌 중립적 평가 기관에서 최대한 사전 검증을 거치자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선진국은 이미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시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문제 정의나 목표 설정, 대안 모색 등의 단계로 표준화된 방식으로 정량적·정성적 분석이 이뤄진다. 또한 영국의 경우 정책개발단계부터 사후단계까지 총 6단계를 거쳐 분석 및 평가를 실시한다.
국회에서도 19대 국회 14건의 관련 입법이 발의되는 등 꾸준히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지만 답보 상태다. 21대 국회 때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까지 가세해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됐지만, 입법권 제한과 입법 과정 지연을 이유로 의원들이 난색을 표해 무산됐다.
당시 소위 회의에서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용우 의원은 "국회 예산과 자원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할 순 있다"면서도 "의무를 부과하게 되면 또 하나의 게이트키퍼를 만들면서 입법 지연의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에 일부 법안들에선 의원 및 소위 요청 시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예외 규정을 설정하는 등의 방식도 제안됐지만, 실효성 문제가 불거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과잉·불량 입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22대 국회에서도 입법영향평가 도입 주장은 또 한 번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더 좋은 법률과 입법 영향 분석: 각계가 말하다' 공동세미나 축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입법은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입법에 대한 실망이 자칫 국회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국회의원들이 입법영향분석 제도의 여러 측면을 충분히 인식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도록 뒷받침하는 게 중요한 일”이라며 재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입법영향분석 도입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3건도 발의된 상태다. 홍 교수는 "결국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은 국회 운영 개혁에 속한다"며 "의원들 스스로가 개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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