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산산 '조깅 속도'로 더 느리게 이동
신칸센 운행 중단에 11시간 갇힌 승객도
사망 6명·실종 1명에... 부상자도 110명
사상 최강 태풍으로 불리는 제10호 태풍 '산산'이 일본 열도에 몰고 온 폭우 및 강풍으로 주요 대도시 시민들이 발까지 꽁꽁 묶였다. 일본 수도 도쿄와 중서부 대도시 오사카·나고야를 잇는 신칸센 운행이 중단되는 바람에 열차가 '임시 호텔'로 변했고, 일부 승객은 열차 안에 11시간이나 갇히기도 했다.
30일 일본 NHK방송,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카이도 신칸센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태풍 영향으로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도카이도 신칸센은 도쿄에서 일본 중서부 간사이 지역 대도시(오사카·교토·나고야)를 오가는 열차인데, 도쿄~신오사카 구간이 이틀째 멈춰 선 것이다. 다만 신오사카~나고야 구간은 이날 오전 10시쯤 운행이 재개됐다. 태풍 산산은 전날 후쿠오카가 있는 일본 서남부 규슈를 강타한 뒤 중서부 시코쿠를 향해 동진하고 있다.
비록 일부라 해도 도카이도 신칸센 운행 중단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일본 4대 도시(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 교통에는 극심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예컨대 전날 오후 시즈오카현에 내린 폭우 탓에 3시간가량 시즈오카역에서 열차가 정차하자, 이에 지친 승객들은 책상을 편 뒤 엎드려 낮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며 운행 재개를 기다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7시쯤 열차가 애초 목적지인 신오사카가 아니라 출발지(도쿄)로 되돌아가자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아사히는 "도쿄로 다시 돌아간다는 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은 서둘러 도쿄의 숙박 시설을 예약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일부 승객은 숙박 시설이나 고속버스 예약에 실패해 도쿄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다. 도쿄역은 이에 오후 11시 40분쯤 정차 중인 신칸센 열차 문을 개방해 '임시 숙소'로 이용하도록 했다. NHK는 "30일 오전 2시쯤 사람들은 의자에 누워 잠을 청했고, 열차 한 량당 5명 정도의 승객이 누워 있었다"며 "총 11시간 동안 열차 안에 머문 승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산산은 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애초 예상 진로를 벗어나 일본 열도를 천천히 종단하고 있다. 전날 오후만 해도 자전거가 달리는 시속 15㎞로 이동했지만, 이날은 조깅 속도인 시속 10㎞로 더 느려졌다. 사토 마사키 요코하마국립대 교수는 아사히에 "이번 태풍은 일본 해상에서 매우 발달했고 속도가 느려 진로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다음 달 2일까지 일본 혼슈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도 점차 늘고 있다. NHK는 도쿠시마현 가미이타초 2층 주택 지붕이 무너지며 집 안에 있던 80대 남성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또 후쿠오카현 지쿠초마치에 사는 80대 남성과 사가현 가시마시 시내에서 80대 남성도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이로써 이번 태풍 피해로 숨진 사람은 전날 3명에 이어 최소 6명(3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늘어났다. 실종자는 1명, 부상자는 11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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