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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혈당 잘 조절돼도 문제일까?

입력
2024.09.01 08:20
수정
2024.09.02 18:3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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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족의 진료에 동행했던 70대 여성 A씨가 현기증을 호소했다. 의자에 잠시 누웠다가 회복했다. A씨는 15년 전부터 고혈압 약을 먹고 있으며, 이상지질혈증과 만성콩팥병도 함께 앓고 있다. 평소 혈압은 120/80㎜Hg 정도로 잘 조절하고 있는데 왜 쓰러졌을까? 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혈압이 너무 잘 조절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대학병원 교수가 됐던 1980년대 초에는 혈압이 150/90㎜Hg 이상으로 높은 환자들이 무척 많았다. 이 당시 혈압 조절 목표는 140/90㎜Hg, 또는 130/85㎜Hg 정도였다. 혈압을 낮추기가 쉽지 않았고, 무리하게 낮출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 좋은 고혈압 약들이 개발됐고, 소금 섭취 줄이기·운동·적정 체중 유지·칼륨 섭취 등을 통해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혈압을 떨어뜨리는 방법이 나오면서 혈압 조절 목표도 꾸준히 낮아져 지금은 120/80㎜Hg이 됐다.

고혈압이 있어도 혈압을 잘 조절하면 고혈압 합병증 위험성이 적다. 다만 뜻밖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어지럼증과 실신 등 저혈압 증상이다. 혈압이 평소 정상범위까지 낮춰져 있다 보니, 순간적으로 혈압이 정상보다 더 낮아지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혈당도 마찬가지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목표는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HbA1c) 6.5% 이하다. 당화혈색소를 6.5% 이하로 낮춰도 문제는 거의 없지만 당뇨병 약이나 주사제를 투여한 뒤 일시적으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저혈압·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약물 복용을 포함해 소금 섭취 줄이기, 운동 등 평소의 실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다만 만성질환으로 장기간 약을 복용 또는 투약하는 사람은 몇 가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첫째, 고혈압 약을 복용하면서 소금 섭취 줄이기·적정 체중 유지 등의 생활 습관을 교정하면 일시적 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고령인, 앉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설 때, 운동할 때 저혈압 발생 확률이 더 높다. 또 찬 곳에 있다가 갑자기 따뜻한 실내로 이동했을 때, 사우나 또는 열탕에 들어갈 때, 술을 마실 때도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이 가운데 몇 가지가 겹칠 것으로 예상되면 고혈압 약을 아침이 아닌 오후에 먹는 것도 요령이다.

둘째, 공복으로 진료나 건강검진을 받을 때다. 병원에 검사 예약을 하면 금식하라는 말과 함께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시면 소량의 물로 고혈압 약만 드시고 내원하시라’라는 안내 문자를 보내줄 때가 있다. 검사 도중에 혈압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공복에 고혈압 약을 먹어 혈압이 뚝 떨어지면 현기증을 일으키거나 실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혈압을 경험한 사람이면 병원 진료를 앞두고 공복에 고혈압 약을 먹어야 할지를 미리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셋째, 당뇨병 약을 먹거나 인슐린 주사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포도당 사탕을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한다.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오한이나 떨림, 어지럼증, 근육 경련 등 저혈당 증상이 나타났을 때 먹기 위해서다. 완벽한 약은 없다. 약효는 물론 부작용까지 잘 알고,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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