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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소송 승소 이끈 변호사 "헌재가 70% 역할, 나머지 30%는 국회·시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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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소송 승소 이끈 변호사 "헌재가 70% 역할, 나머지 30%는 국회·시민 몫"

입력
2024.09.02 04:30
수정
2024.09.02 18: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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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기후소송' 법률대리인 인터뷰]
'포스트 2031 계획도 마련하라' 헌재 결정에
"'상향식' 파리협정 보완, 세계적 기준 제시"
2030년 목표엔 '소극적 판단' 아쉬움 있지만
"최선이란 건 아냐, 국회가 최선 고민해야"

기후소송 법률대리인 이병주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기후소송 법률대리인 이병주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6년 전 청소년들이 시작한 기후소송에서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①'현행 2030년 감축목표(2018년의 40%만큼 감축)가 부족하다' ②'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2031년 이후 목표치도 설정해야 한다'는 주요 주장 중 두 번째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기후소송 관련 아시아 국가로는 첫 사법기관 판단이다. 공동대리인단의 이병주 변호사는 선고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 70% 정도의 성과는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어 "헌재가 70%의 역할을 했고, 이제 '성화'를 국회와 시민들이 넘겨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머지 30%를 채우는 건 국회·시민의 몫이란 의미다. 이번 법률 대리를 맡은 배경에 대해 그는 "어른들을 향해 '우리 운명을 빼앗지 말아달라'고 하는 청소년들의 호소를 보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초 기후소송 승소' 네덜란드 측도 환호"

기후소송을 제기한 청소년과 어린이, 그들의 법률대리인 등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 헌법소원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기후소송을 제기한 청소년과 어린이, 그들의 법률대리인 등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 헌법소원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의미 있는 결정이 나왔다.

"2019년 네덜란드 환경단체 위르헨다 승소 확정, 2021년 독일 연방기후보호법 위헌 결정 후 아시아에선 기후소송 첫 인용 사례다.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격렬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선고 당일 위르헨다 법률대리인 데니스 판베르컬과도 통화했는데, 아시아에서도 사례가 쌓인 점에 환호하더라."

-2031년 이후 목표를 정하라는 결정 취지는 어떤 의의가 있나.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은 10년 뒤 감축목표를 5년 주기로 제출한다. 한국 정부도 2035년 목표치를 내년에 낸다. 그보다 먼 미래의 수치를 미리 정하도록 하는 규범은 없다. 선거로 뽑힌 국회와 정부는 머지않은 미래(10년 뒤)의 목표치를 적게 낼 유인이 크다. 헌재는 이런 부분을 지적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적어도 그때까지의 목표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참고할 기준이 될 수 있어 세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결정이다."

-파리협정을 보완한다는 뜻인가.

"기후소송들이 갖는 의미가 그런 것이다. 파리협정은 하향식으로 목표를 정하면 국가들이 탈퇴할 것을 우려해 상향식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현재까지 각국이 낸 목표치를 취합해 보니, 약속이 모두 지켜진다고 해도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전망은 목표치인 1.5도가 아닌 2.9도라는 재앙적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목표를 강화하라고 명령할 순 없다. 반면 사법기관에서 내린 판단은 구속력이 있기에 간극을 줄일 계기가 된다."

'탄소예산' 판단 독일과 달라… "발전 계기 돼야"

이종석(뒷줄 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기후소송 헌법소원' 등 선고가 있었던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박시몬 기자

이종석(뒷줄 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기후소송 헌법소원' 등 선고가 있었던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박시몬 기자

-헌재가 기존 2030년까지 목표는 문제 삼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독일 결정과 기본 구조가 같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독일 헌재는 우리와 비슷하게 '2031년 이후 목표치 부재'에 관해서만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는데, 연방의회가 기존 목표까지 수정하면서 사실상 청구인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독일 헌재는 '현행 2030년 감축목표대로면 2030년까지 탄소예산(기온 상승을 1.5도 내로 제한하기 위해 허용되는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거의 소진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했다.

-독일 헌재 판단과 달리 한국 헌재는 2030년까지 목표치에 대해 실질적 평가는 안 했는데, 차이가 뭔가.

"독일 결정엔 탄소예산을 근거로 2030년 목표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가 들어 있고, 한국은 그보다 약하게 표현됐다. 유럽의 경우 독일 헌재 판단을 계기로 국가별 탄소예산 할당에 대한 이론을 확립해가고 있다. 반면 우리 헌재는 '국가별로 할당된 탄소예산에 대한 국제적 합의나 객관적 산출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했다. 헌재에만 기댈 일은 아니고, 사회 전반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향후 탄소예산 할당 이론이 확립되면 헌재에서 전향적 결정이 나올 여지도 있다."

-향후 어떤 논의를 해야 할까.

"결정문에 '2030년 목표가 최선이라는 취지는 아니다'라는 단서가 있다. 헌재는 최악의 경우에 위헌 결정을 하지만, 국회는 최악만 면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각국 감축목표로는 '2.9도 상승' 결과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정부도, 헌재도 부인하지 않는다. 감축목표의 정량적 산정 근거에 대해서도, 2030년 목표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대한 심판에선 '총배출량과 순배출량 통계를 섞어 썼다'는 취지로 과반 위헌확인 의견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수치로 눈속임을 못 하도록 정비가 필요하다."

-헌법불합치 대상은 아닌 2030년 목표치와 그 연도별·부문별 세부 계획도 논의될 수 있는 건가.

"탄소중립에 대한 입법권자의 진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선 현재 2030년 목표처럼 선형적인 경로가 아니라 초반에 급격히 줄이는, 오목한 경로로 가는 것이 맞다. 뒤로 갈수록 최소한으로 필요한 탄소가 있어서 줄이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탄소중립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30년까지 연도별 감축목표는 오히려 현 정부에선 조금 줄이고 나중 정부가 많이 줄이는 볼록한 형태여서 탄소중립에 대한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

헌재는 2030년 감축목표, 탄소중립 기본계획의 '볼록한 감축경로'에 대해선 '부적합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축 기술 개발 시점을 비롯해 여러 요소가 얽혀 있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완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추가 소송 가능성은?

"네덜란드의 경우 위르헨다 판결 이후 정유회사를 상대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라는 소송이 제기돼 1심 승소 판결이 났다. 이처럼 관련 소송이 가능할지는 저희 대리인단도 협의해보려 한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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