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보수 싱크탱크 다뉴브연구소
총리실 출신 이스트반 키스 전무이사
'유럽연합(EU)의 문제아, 이단아.'
EU 27개 회원국 중 하나인 헝가리는 EU에서 흔히 이렇게 불린다. 'EU 정책에 번번이 어깃장을 놓는다'는 이유에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친(親)러시아 성향 국가'로 분류되면서 문제적 모습은 더욱 부각됐다.
헝가리와 EU 및 다른 회원국 간 갈등의 골은 지난 7월 1일 헝가리가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을 맡으면서 더욱 깊어졌다. '의장국 역할은 내부 정책 조율인데 EU를 대변하는 것처럼 굴고, 헝가리 정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만나는 돌발 행동을 했다'는 것이 EU 내 인식이다.
그러나 헝가리 생각은 이러한 EU의 입장과 완전히 다르다. 헝가리 보수 싱크탱크인 다뉴브연구소의 이스트반 키스 전무이사는 "헝가리 외교는 국제사회에서 곡해·저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상한 이념 대신 국익을 좇는 과정에서 EU와 입장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민족주의를 지향하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지지하는 다뉴브연구소에서도 빅토르 총리실 정치 고문(2018~2020년) 출신인 이스트반 전무이사는 헝가리 정부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인사로 꼽힌다. 다음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진행한 이스트반 전무이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각종 기금 등 '돈줄'을 쥔 EU와 얼굴을 붉히는 건 헝가리에도 손해다. 그런데도 헝가리는 EU와 각 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공산주의 몰락(1989년) 후 헝가리의 목표는 '정치·경제적으로 발전한 서유럽을 따라잡자'는 것이었다.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중요한 과제였고, 이를 달성하고자 헝가리가 국익을 희생하곤 했다.
현 정부가 본격 출범한 2010년엔 이미 이런 과제가 끝나 있었고(1999년 나토 가입·2004년 EU 가입), 빅토르 총리로서는 '고상한 이념' 대신 '국익'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개별국 이익에 관심이 없는 'EU 엘리트들'과 달리 헝가리 정부는 일관되게 국민을 섬기고 있을 뿐이다."
-헝가리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라는 게 EU의 불만이다.
"'헝가리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등 여러 측면에서 돕고 있다. 지원 규모로는 오스트리아보다 크다.
물론 군사적 지원에 반대한 것은 사실이다. 무기 지원은 전쟁을 장기화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헝가리 군대를 현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여유도 없었다.
EU의 대(對)러시아 제재 또한 헝가리는 대체로 찬성해왔다. 다만 헝가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제재에 찬성할 수 없었다. EU 입장에 90% 찬성해도 반대한 10%가 계속 부각된다."
-'친러시아' 평가에는 동의하나.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등 '생존'을 위해 빅토르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이어가야 한다. 러시아는 강력한 국가다. 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또는 전쟁 이후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와 대화해야 한다. '러시아와 소통한다'는 이유로 친러시아라고 부르는데, 대화 채널 유지는 유럽에도 필요한 일이다."
-빅토르 총리는 의장국을 맡은 직후인 7월 5일 전쟁 중재를 명분으로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중재가 가능한가.
"중소국인 헝가리가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겠나. 그저 종전을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정치적 실권이 없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재 노력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헝가리가 푸틴 대통령 편에서 중재를 하고 있다'는 게 EU 내 분위기다. 이에 EU 및 일부 회원국에서 헝가리 의장국 역할에 보이콧(집단 거부)까지 선언했다.
"보이콧은 지극히 드문 일이자 지나치게 가혹한 반응이다. 빅토르 총리는 7월 2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도 찾았다. 전쟁 후 첫 방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만남에는 왜 주목하지 않나.
헝가리의 외교는 많은 측면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다. 보수적 가치를 강력히 지지하는 빅토르 총리에 대한 유럽 좌파 지도자들의 반감이 헝가리 외교를 저평가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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