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재판불복 하지 않길 기대" 공격에
李, 윤 대통령과 갈등 관계 언급 맞대응
약속했던 10분 발언 넘겨 신경전 팽팽
"재판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을 거라 기대한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채 상병 특별검사법) 이제 결단해야 한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1년 만에 마주 앉은 여야 대표가 시작부터 서로의 약점을 건드리며 신경전을 벌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법리스크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찌르자, 이 대표는 한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 당정갈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1일 국회 본청에서 대표회담을 가진 한 대표와 이 대표는 첫인사까지만 해도 얼굴에 웃음기를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4분 먼저 도착, 회담장 앞에서 한 대표를 맞이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에게 악수를 건네며 "반갑다"고 인사했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모두발언이 시작되자 양당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본색을 드러냈다. 발언 시간도 한 대표가 13분쯤, 이 대표가 18분 정도로 사전에 합의된 10분을 훌쩍 넘겼다. 두 대표는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한다면서도 상대의 아픈 곳을 골라 타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문은 한 대표가 열었다. 그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기각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탄핵소추안을 언급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는 주장을 위해서였다. 한 대표는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시리즈로 탄핵하고 있다"며 "곧 예정된 (이 대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공격했다.
이 대표도 즉각 맞대응했다. 의대 증원 문제와 채 상병 특검법의 제3자 추천안을 언급하며 한 대표와 윤 대통령 간 갈등을 부각시켰다.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정부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안을 냈다"고 한 뒤 국민의힘이 제3자 특검법 수용 조건으로 내걸었던 증거 조작 의혹 특검까지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곤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고 한 대표를 몰아붙였다. 한 대표는 옅은 웃음만을 지은 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정치개혁을 둘러싼 기싸움도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과거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거론하면서 "불체포특권 포기, 재판기간 중 세비반납 등 국민들이 이미 충분히 공감한 특권 내려놓기 개혁을 이번에 반드시 실천해 보자"며 "면책특권 남용을 막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겨냥, 과거 말 바꾸기 논란을 빚었던 불체포특권 포기 발언과 사법리스크를 직격한 것이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 이야기도 중요하나 대통령의 소추권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두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특히 한 대표는 이 대표의 '계엄' 발언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긴장의 끈은 본격적인 회담에서도 이어졌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담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가 '어떤 문제부터 얘기할 거냐'고 하니, 한 대표가 '우리는 금투세 얘기할 예정인데, 민주당은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얘기할 것 아니냐'고 했다"며 "자연스레 한 대표가 금투세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또 회담 도중 한 대표가 이 대표에게 '법원 판결에 대해 승복하라'는 취지로 발언하자, 이 대표가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 대표가 회담 직전 회담장에 놓인 책상을 가리키며 "화나도 멱살도 못잡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건넸을 정도다. 다만 회담이 끝나고 당 실무진이 발표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 대표와 이 대표 간 독대가 40분 가까이 있었고, 이 자리서 한 대표와 이 대표는 서로 자주 만나 대화하자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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