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모임’ 회장
YTN에 "사고 전날도 현수막 제작비 걱정"
"나 먼저 가도 딸 꼭 찾아 달라 부탁"
"전국 장기 실종 아동 1천 명 이상"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에 붙이며 25년간 딸을 찾았던 고(故) 송길용(71)씨가 지난달 26일 사고로 숨지기 직전까지도 딸을 찾기 위한 현수막 제작에 몰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주봉 '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은 지난달 31일 'YTN24 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송씨가)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 전화가 와서 ‘현수막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돈이 없다’ 고 걱정하는 말씀을 하고 나서 연락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나 회장은 "이후 현수막 제작업체 사장님께 (송씨가 주문한) 현수막을 제작해도 되냐고 연락이 왔다. 업체에서 현수막 제작 때문에 송씨에게 휴대폰 문자를 보냈는데, 유족들이 그걸 확인하고 '(송씨가) 돌아가셨으니 (현수막 제작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인의 부고를 접했다"고 설명했다.
나 회장은 송씨가 '나 먼저 죽으면 우리 혜희를 꼭 찾아 달라'는 부탁도 남겼다고 전했다. 그는 "2, 3주에 (송씨와) 한 번씩 만나 식사하거나 차를 마셨는데, 농담 비슷하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 남기는 유언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 했다. 그러면서 "(송씨는) 딸 찾는 데 평생을 바친 딸 바보, 최고의 아빠였다"고 안타까워했다.
나 회장에 따르면 송혜희(당시 17세)씨가 행방불명된 뒤 송씨와 부인은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나 회장은 "(부부가) 생활이 어려웠다"며 "부인이 작고한 뒤 혼자 남은 송씨가 실종된 딸을 찾으려고 현수막과 전단지 비용 마련을 위해 폐지와 폐품을 수거했다"고 전했다.
"전국 실종자 가족들 힘겹게 살아"
아울러 나 회장은 "전국의 실종자 가족들은 하나같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숯검댕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고 있다" 며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잃어버린 가족을 생각하며 얼마나 힘들게 살아갈까 걱정을 하니까 마음 한편이 더 무겁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송씨는 애타게 찾던 딸을 끝내 만나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숨졌다. 딸 송혜희씨는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1999년 2월 13일 오후 10시쯤 경기 평택의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뒤 행방불명됐다. 나 회장은 방송에 "20년 이상 못 찾고 있는 장기 실종 아동은 전국에 1,000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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