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흑자액(1인 이상 실질)이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8,000원 감소했다. 흑자액이란 소득에서 대출 이자·세금 등과 의식주 비용 등을 뺀 금액이다. 더 큰 문제는 꺾이지 않는 추세다. 가구 흑자액은 2022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2006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최장기록이다. 추세를 바꿀 결정적 계기가 없는 한 3분기에는 월 100만 원도 위태로워 보인다.
가계가 흑자라면 별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이는 ‘평균’의 착시일 뿐이다. 1분기 전체 가구 중 적자 가구는 26.8%로 4가구 중 1가구꼴이다. 사회안전망이 작동하는 1분위(하위 20%)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 가구가 증가했으며, 2분기 역시 이 추세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사회 안정의 버팀목이 될 4분위(상위 20~40%)의 18%와 3분위(상위 40~60%)의 17%가 적자 가구여서 ‘중산층이 흔들린다’는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경제 3대 주체 중 하나인 가계가 2년간 계속 악화하는 이유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해 새로울 게 없다. 세계 최악 수준인 가계 부채와 이에 따른 내수 부진 장기화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위기다. 이미 만성화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경기침체의 탈출구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에서는 위기감을 찾기 힘들다. 그제 여야 대표 회담의 의제였던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은 정치적 셈법 속에 차등지급이나 선별지급 같은 절충안조차 언급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 현금 살포는 무책임한 것이긴 하나 내수진작을 위한 대안 마련에는 여야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그 대안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가계살림이 나아지려면, 소득이 늘어나고 이자부담과 생활비가 낮아지면 된다. 구체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실질소득 증가, 자영업 소상공인의 채무부담 경감과 재취업 등 구조조정, 그리고 주거비 보육비 교육비의 부담완화다.
여야가 합의한 ‘민생 공통 공약 협의 기구’가 또 다른 정치쇼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