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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1년을 기다린 평화의 성지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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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1년을 기다린 평화의 성지를 달린다"

입력
2024.09.06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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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8일 스타트
국내외 건각 7220명 한반도 평화 기원
1년에 단 하루 민간인통제선 15㎞ 개방
구순 마라토너 등 이색 참가자도 눈길

지난해 9월 강원 철원군 고석정에서 열린 제20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9월 강원 철원군 고석정에서 열린 제20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황금 들녘 달리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70년 분단의 현장을 달리며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제21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대회가 8일 오전 9시부터 강원 철원군 동송읍 고석정 및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코스에서 열린다.

강원 철원군과 한국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철원군체육회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DMZ풀코스와 △DMZ하프코스 △10㎞ △5.5㎞ △코스모스 10리길 걷기(4㎞)로 나눠 진행된다. 올해 대회에는 국내외 건각과 주한 외교사절 등 7,220명이 참가한다. 국내 동호인이 참가하는 대회 중 최대 규모다.

코스 곳곳 한국전쟁 아픔 간직

지난해 9월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풀코스 참가자들이 민간인 통제구역 인근 군 초소를 통과하고 있다. 철원=하상윤 기자

지난해 9월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풀코스 참가자들이 민간인 통제구역 인근 군 초소를 통과하고 있다. 철원=하상윤 기자

이 대회의 특징은 풀코스와 하프코스에 국내 마라톤 대회에서 유일하게 서부전선 민통선이 코스에 포함돼 있다. 육군 제5군단과 제6사단은 이날 1년 중 단 하루 마라톤 주자들에게 3번 국도 내 민통선 지역 15㎞를 개방한다. 코스 곳곳에 노동당사와 미군 공병대 전적지 등 분단, 한국전쟁의 아픈 상처가 남아있다.

DMZ풀코스는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林巨正)의 전설이 전해지는 고석정(孤石亭)을 출발해 관전리 통제소, 동송저수지, 양지리 통제소를 지나 다시 고석정으로 돌아와 골인하도록 설계됐다. 비무장지대(DMZ)와 맞닿은 국내 접경지역 가운데 가장 먼저 대한육상연맹 공인을 받은 코스다.

도심에서 열리는 대회와 달리 차량 경적음과 복잡한 교통체계, 소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은 이 대회의 장점이다. "심한 경사 없이 체력 소모가 덜한 코스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즐길 수 있는 대회"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임대수 철원군 체육회장은 "평화의 염원을 안고 달리는 대회라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풀코스.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풀코스.

DMZ하프코스는 대회 당일 오전 9시 30분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과 녹슨 기차로 잘 알려진 옛 경의선 월정리역을 출발, 고석정에서 레이스를 마무리하도록 짜여있다. 10㎞, 5.5㎞ 참가자들은 한가위 추수를 앞둔 황금빛 들판을 달린다. 주최 측은 2.5㎞ 구간마다 급수대를 설치하고 의료진과 안전요원,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코스모스 10리길 걷기 코스도 이번 대회의 매력이다. 대도시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형형색색 꽃들과 원두막을 지나치면서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시상과 기념품도 푸짐하다. 올해 대회 남녀 DMZ풀코스와 하프코스 남녀 우승자를 비롯해 10위까지 상금과 상패를 수여한다. 10㎞, 5.5㎞는 각각 7위와 5위까지 상금과 트로피를, 최고령 참가자와 20대부터 60대 이상 연령대별 상위 5명에게도 오대쌀과 상패를 준다.

모든 참가자에게 철원 대표 농특산물인 오대쌀(3kg)과 철원사랑상품권(6,000원)을 지급한다. 가장 먼저 대회참가 등록을 한 1,000명에겐 대회 전날(7일) 네 차례에 걸쳐 한탄강 래프팅 무료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참가 선수들이 비무장지대(DMZ) 안 나락이 누렇게 익어가는 철원평야를 달리고 있다. 철원=왕태석 선임기자

지난해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참가 선수들이 비무장지대(DMZ) 안 나락이 누렇게 익어가는 철원평야를 달리고 있다. 철원=왕태석 선임기자


"완주 목표·청정자연 만끽" 이색 참가자들

올해 대회에는 구순의 마라토너와 MZ세대다운 유쾌함이 넘치는 단체 등 이색 참가자들이 어느 해보다 많다.

50~60대 못지않은 체력을 과시하는 임선빈(91)씨는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다. 2016년 대회부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그는 서울 서대문구 안산 자락길을 꾸준히 오르며 체력을 유지해왔다. 이번 대회 5.5㎞ 레이스를 완주해 최고령 완주기록을 갈아 치운다는 각오다.

회원 600명이 참가해 단체상을 받는 서울 중랑구 묵1동 조은날 클럽은 오대쌀과 철원의 자연에 빠져 매년 이 대회를 찾는 단골손님이다. 민경애(74) 대표는 "올해도 건강한 먹을거리와 재미난 이벤트, 눈이 호강하는 걷기 코스가 기대된다"며 "회원 모두 철원에서 가을을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쾌한 사연을 가진 참가자도 눈에 띈다. 마라톤 마니아 신혜인(27)씨는 "풀코스 공인기록이 필요해 서울과 용인에서 활동 중인 동호인 13명을 직접 섭외해 이번 대회 참가한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신씨의 사연을 담아 '얘 때문에 왔어요 살려주세요'라는 익살스러운 팀명으로 참가신청을 했다. 신씨는 "나름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팀명"이라며 "철원에서 서브4(풀코스 4시간 이내 완주)에 도전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미군 29명은 지난해에 이어 세계 유일의 분단의 현장을 달리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한다. 2023미스코리아 진(眞) 최채원(22)씨를 비롯해 선(善) 김지성(28), 정규리(26), 미(美) 정다연(23), 조수빈(27)씨 등 미의 사절단도 팬 사인회를 갖는 등 이번 대회와 함께한다.

21회 철원마라톤 주최 주관 후원

21회 철원마라톤 주최 주관 후원



철원=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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