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통령실은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초대하는 게 맞다”는 이유를 댔지만 국정 최고지도자로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과제를 대의기관에 설득하고 협조를 구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인지, 감정적 거부감을 표출한 듯 보여 국민 보기에도 불편하다. 용산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불러다가 피켓 시위로 망신을 줄 것'이라고 경계했지만, 이전 대통령 때도 야당에서 흔히 나오던 반응이라 새로울 게 없었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거대 야당이 2년 넘게 대결하는 자세를 강화하겠다는 건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전 한동훈-이재명 첫 여야 대표회담이 열려 ‘정치정상화’에 의기투합한 흐름과도 배치된다. 두 사람은 핵심 현안엔 이견을 확인했지만 만남 자체가 정치복원의 신호탄으로 평가되었다. 이러니 대통령의 국회 보이콧을 두고 시중에서 여러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당정 충돌을 빚어온 여당 대표 행보나 여야 수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모양새가 못마땅한 건지 의심되는 것이다. 실제로 의정 갈등과 관련해 두 대표가 정부에 추석응급의료체계 구축을 당부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은 “이미 정부도 연휴기간 차질 없도록 비상체계를 점검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반면 의료사태에 관한 여야 대표의 상황 인식은 대통령실보다 긴박하다.
이럴수록 대통령은 국가지도자로서 여야 대표의 스킨십 강화 노력에 힘을 싣는 게 정도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잡혔던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을 이틀 전 전격 취소했다. 한 대표가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제안했다가 무산된 사실을 공개한 영향으로 해석됐다. 이어 취임 후 매번 참석해온 여당 연찬회에도 불참했다. 그리고 이번 국회개원식마저 외면한 것이다.
야당이 장악한 국회에 불신이 크더라도 국정지지율을 참고한다면 좀 더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더 하락해, 최근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조사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각각 기록했다. 주권자의 시선이 이러한데 소통 노력마저 기피하고 여당과 국회를 등진다면 대체 누구와 정치를 한다는 것인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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