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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대표 못 오른 창업주 장남 "이사회 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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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대표 못 오른 창업주 장남 "이사회 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

입력
2024.09.02 17:12
수정
2024.09.02 17:2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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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긴급이사회 대표선임 논의
임종윤 선임 부결, 박재현 대표 유지
임 "이사진 뒷거래했다... 교체해야"
한미약품 측 "혼란 빨리 정리하겠다"

한미약품이 이사회를 개최한 2일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약품이 이사회를 개최한 2일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의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안이 2일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박재현 대표가 계속 맡으면서 그가 내세운 '한미약품의 독자 경영'도 탄력을 받을 걸로 점쳐진다. 하지만 임 이사가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여지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은 이날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임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했지만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사회에는 임 이사와 박 대표를 포함해 이사 10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는 전화 회의 방식으로 비대면 참석했다고 한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미약품에 인사팀과 법무팀을 신설했고, 이튿날 한미사이언스의 종속회사가 아닌 한미약품만의 독자적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개인최대주주인 신 회장,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로 구성된 '대주주 3자 연합'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임종윤 한미약품 이사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와중에 3자 연합이 박 대표를 내세워 전문경영인 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려 한 것이다. 이에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하고 업무를 제조본부로 한정하는 인사발령을 냈고,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 이사회 개최를 요구해 박 대표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자신을 선임하는 대표이사 변경안을 올렸다.

이날 이사회 결과는 애초부터 임 이사의 패배로 끝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미약품 이사회가 모녀와 박 대표에 이미 유리하게 구성돼 있어서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있던 시기에 한미약품 이사 6명을 선임했는데, 여기에 신 회장까지 모녀와 함께 3인 연합을 이루면서 이사회 구성이 7대 3으로 모녀 측에 유리해졌다.

임종윤 이사는 이사회 직후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 결과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 박 대표가 이사진들에게 음해 목적의 자료를 배포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런 밀약(뒷거래)이 있었기에 오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한미약품의 현 이사진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도 했다. 임 이사는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오염된 이사진을 해임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며 “표 대결을 펼친다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기가 남은 이사를 해임하고 교체하기 위해서는 주총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가 찬성하는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현재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지분 41.42%를 갖고 있어 최대주주다. 그 외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국민연금(9.27%)과 신동국 회장(7.72%)밖에 없어 특별결의가 가능할 것으로 임 이사는 전망했다. 그는 “독단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박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한미사이언스를 통해 하루빨리 한미약품이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한미약품은 이날 임 이사의 대표 선임안 부결에 대해 “혼란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고 본연의 사업에 매진하겠다”며 “대주주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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