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제3자 추천’을 골자로 한 ‘채 상병 특검법’을 개혁신당을 제외한 야당과 함께 어제 발의했다. 대통령 거부권에 번번이 무산되면서 벌써 네 번째 시도다. 대법원장이 특별검사 4인을 추천하고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특검 후보들을 야당이 모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재추천할 수 있는 비토권이 포함됐다. 대법원장 추천안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시했던 것이지만,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실마리를 잡지 못하자 한 대표 취지를 살려 여당을 압박하면서 민주당 자체안을 강행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공언한 ‘제보공작건’은 반영되지 않았다. 한 대표 측의 특검법 추진 진정성을 확인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이 특검법 거부나 부정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정쟁용, 대통령 탄핵을 빌드업하기 위한 음모”라고 했다. 한 대표의 최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도 “한 대표는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한다는 것”이라면서도 “의원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공수처 수사가 지연되는 와중에 한 대표의 특검법 추진 동력은 더욱 사라질 것이다. 한 대표가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제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본인 의중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차기 당대표가 되면 공수처 수사종결 여부와 무관하게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던 전당대회 출사표를 정치생명을 감수하며 깨끗이 포기할지 선택해야 한다. 머뭇거리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여야 대표회담 사흘 전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 회견을 통해 “(청문회에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게 드러났다”며 특검 반대의사를 못 박았다. 경찰 수사결과를 이유로 댔지만, 이는 당초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를 뒤집어 경찰에 재이첩한 내용을 되풀이한 것일 뿐이다.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은 수사외압 의혹과 같은 ‘용산발 리스크’를 해소하고 여당이 바뀔 것을 한 대표에게 기대했을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여당이 변화하길 염원한 것이다. 이제 와서 이 선의를 배신하는 게 아니라면 한 대표는 특검 독자안을 내놓고 협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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