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인구 2.9%가 가톨릭 신자
"이슬람과 기독교 간 대화 중요성 강조"
현지 정부, 군경 1만 명 배치·재택 권고
12일 일정으로 아시아·오세아니아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87) 교황이 첫 방문지이자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3일 도착했다. 로마가톨릭 교회 수장이 인도네시아 땅을 밟은 것은 35년 만이다. 교황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인 현지 이슬람 사원을 방문하고 6개 종교 지도자와 만나 종교 간 화합과 포용 메시지를 전한다는 방침이다.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1970년 바오로 6세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교황의 세 번째 인도네시아 방문이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바티칸은 인류의 평화, 형제애 번영을 촉진하는 데 같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8,000만여 명 중 90%가 이슬람 신자다. 가톨릭은 전체 인구의 2.9%(약 850만 명)에 그친다. 그러나 머릿수로 따지면 아시아에서 필리핀(약 8,500만 명)과 중국(약 1,000만 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기독교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난민과 이주민 등을 비공개로 만나 위로했다. 그는 호텔에 머무르거나 고급 방탄 차량을 이용하는 대신, 자카르타 주재 바티칸대사관에서 숙식하며 일반 다목적 차량을 이용해 눈길을 끌었다. 4일에는 조코위 대통령과 만나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 문제를 논의하고, 이튿날에는 이스티크랄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방문해 이슬람 불교 유교 힌두교 가톨릭 개신교 등 6개 종교 대표자와 만난다.
현지 언론들은 교황의 모스크 방문이 인도네시아 내 종교 화합과 다양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앞서 자카르타에 위치한 ‘다양성을 위한 언론인 연합’은 지난 한 달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소수 종교 신도에 대한 폭언과 폭행, 사찰 공격, 예배 시설 건축 허가 금지 등 종교 자유 침해 사례 8건이 발생했다고 공개했다.
인도네시아 내 비(非)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폭행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톨릭 교회 수장이 이슬람 사원을 찾아 관용과 협치를 강조하는 셈이다. 교황이 5일 이스티크 모스크와 자카르타 대성당을 지하로 연결하는 28.3m 길이 ‘우정의 터널’을 방문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터널은 인도네시아에서 종교 화합을 상징한다.
인류학자인 미셸 샹봉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AFP통신에 “교황의 인도네시아 방문은 현지 가톨릭 신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슬람과 기독교 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측면이 크다”고 해석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날 교황을 보려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자카르타 시내에 군경 1만여 명을 배치했다. 시민들에게는 5일까지 재택 근무를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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