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성명에 "해리스" 언급 늘어
"국제 무대 경험 부족" 비판 대응
트럼프, 김정은 끌어들여 자신감
미국 백악관이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외교력'에 대해 열띤 홍보전에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왔다"고 강조하는 식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유독 잔뼈가 굵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 가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탓에, '외교적 역량 부족'이 해리스 부통령의 대표적 약점으로 꼽히자 나름의 대응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외교' 홍보 나선 백악관
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백악관은 외교 분야에서의 해리스 부통령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매체는 외교 활동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성명 등에 '해리스 부통령'을 언급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며, 이는 7월 말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뒤 본격화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 백악관이 발표한 9줄짜리 짤막한 성명이 대표적이다. 7월 31일 새벽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이 발생해 중동 확전 우려가 커지자, 이튿날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전화 통화가 이뤄졌는데 백악관은 이 소식을 알리며 "해리스 부통령도 통화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바이든 대통령-네타냐후 총리의 통화와 관련한 백악관 성명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언급된 건 이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현지에서 '해리스 홍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중국 측이 해리스에 대해 어떤 질문을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설리번 보좌관은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외교정책팀의 핵심 멤버이자, 인도·태평양전략 구상·집행에 참여했다"며 "해리스와 가까이에서 일한 내 경험과 관점을 (중국 측에) 공유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폴리티코는 "국제 문제 관리에 대한 해리스의 자격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관계' 부각
해리스 부통령의 외교 역할론을 띄우려는 백악관의 노력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검사 출신인 그의 외교 이력은 부통령에 오르기 전인 상원의원 시절, 정보위원회·국토안보위원회 등 상임위에서 쌓은 게 전부다. 국제 무대에서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 소통하거나 유대 관계를 형성한 경험 자체가 적다. '부통령'이라는 역할의 한계도 있지만, 가뜩이나 '외교 백전노장'이나 다름없는 바이든 대통령에 가려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존재감이 특히 없었던 게 사실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일찌감치 이를 약점 삼아 '해리스 공격'에 써먹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틈만 나면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것도 외교·안보 정책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발간한 자신의 화보집 '미국을 구하라(SAVE AMERICA)'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례 회동 사진을 싣고 "우리는 매우 제한된 시간 안에 서로를 잘 알게 됐다"며 "진정한 변화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는 대놓고 저격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해리스가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과 북한, 러시아를 다룰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며 해리스 부통령이 권위주의 국가 및 해당 국가 지도자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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