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싱가포르 등지서 효율성 입증된 시스템
한밭대 시작으로 서울대 KDI 등 순차적 개강
"소멸위기 지역과 지방대에 새로운 생존 모델"
낮은 출산율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 대학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2일 세종에서 대학이 문을 열었다. 세종공동캠퍼스로 명명된 ‘대학’이다. 엄밀히 따지면 대학단지다. 여러 대학이 도서관, 체육관, 기숙사, 식당 같은 시설을 공유하면서도 각 학사 일정은 별도로 소화하는,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신개념 캠퍼스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2017년 계획을 수립했고 지금까지 3,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일 세종시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집현동(4생활권) 60만㎡ 부지에 조성된 공동캠퍼스에서 만난 학생과 교수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김윤희(21) 한밭대 학생회장은 “빨리 다른 대학도 입주해 북적거리는 캠퍼스가 됐으면 좋겠다. 공동캠퍼스 동아리 등 학생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개강식에서 학생들을 맞은 정의림 한밭대 교수(인공지능SW학과)도 “비슷한 전공끼리는 경쟁하고, 다른 계열끼리는 협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고려대, 서울대(대학원) 등 입주 예정 대학 7곳 가운데 한밭대가 처음으로 개강, 2일 조촐한 개교식을 가졌다.
공동캠퍼스는 일본(기타큐슈 학술연구도시), 싱가포르(월드 클래스 유니버시티), 카타르(에듀케이션 시티), 미국(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 컬리지) 등 외국에서는 일찍부터 만들어져 성과를 내고 있다. 김홍락 행복청 도시계획국장은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학문 융복합이 가능한 공동캠퍼스 시대가 열렸다”며 “대학과 대학 간의 장벽이 없어지고 캠퍼스와 지역 간의 담이 낮아지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공동캠퍼스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정기적으로 임대료를 내면서 시설을 사용하는 임대형 캠퍼스와 각 대학이 토지를 분양받아 직접 교사를 지어 올리는 분양형 캠퍼스다. 임대형엔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114명을 비롯해, 서울대 행정대학원 72명, 충남대 의과대 400명, 충북대 수의대 150명, 한밭대 인공지능SW학과 200명이 수업을 듣고, 분양형엔 고려대(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행정) 790명, 공주대(AI / ICT) 599명, 충남대(AI / ICT) 800명이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충남대 의대는 정원 조정 문제 등으로 내년 3월 입주한다. 행복청 관계자는 “유명 사립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입주 확정 대학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공동캠퍼스는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행정, 정책은 물론 국제통상 및 융복합(ITㆍETㆍBT) 교육ㆍ연구허브를 지향한다. 정권 KDI 기획처장은 “인근에 KDI 캠퍼스가 있지만, 다른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더 큰 연구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곳에선 KDI도, KDI와 협력하는 대학도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DI는 공공정책 데이터 사이언스과정을 이곳으로 이전한다.
공동캠퍼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소멸 위기 지역과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 지방대에 ‘공동캠퍼스’가 생존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하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과장은 “인근 대학과의 학점 교류, 교육과정 공동운영 등 대학 간의 협력을 통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우수 학생 유치로 이어질 경우 해당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며 “세종공동캠퍼스가 잘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