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3시, 12시간 마라톤협상 끝 타결
공공관리, 민영 모두 7% 인상하기로 합의
매년 반복되는 총파업 예고에 도민들 불만
노조 측, 타 지역 및 업체 간 간격 줄여야
경기도 버스 노사가 임금협상을 두고 벌인 최종 조정회의에서 조정기한 1시간을 남겨둔 5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 예고된 파업은 철회됐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매년 반복되는 총파업 예고에 도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어 근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는 4일 오전 3시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사용자 단체인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과 최종 조정회의를 갖고 임금 및 단체협약안에 최종 합의했다. 협상 12시간 만의 합의다. 합의안은 공공관리제 운수종사자의 임금은 7%, 민영제 임금은 7%(정액 28만 원) 인상이다. 노조협의회 측이 폐지를 요구했던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도입에 따른 1일 2교대제 전환 6개월 유예안은 유지된다.
노사 협상이 타결되면서 파업은 철회됐지만 시민들은 매년 반복되는 버스 총파업 투쟁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경기 버스 노사는 2022년과 2023년에도 파업 직전까지 대치했다. 2022년에는 9월 30일 협상이 자정을 넘기면서 결렬되는 듯했지만 총파업에 돌입한 10월 1일 오전 4시에서 1시간 후인 오전 5시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지난해 노사협상도 비슷했다. 조정기한인 10월 25일 자정 직전까지도 대립하다 30분을 앞둔 11시 30분에야 합의에 도달했다.
경기 분당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선영(37)씨는 “지난해에도 총파업을 한다며 협상하다 새벽에 타결됐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며 “단체 및 임금협상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꼭 일부러 시간끌기 하다 마지못해 합의점을 찾는 것처럼 보여 솔직히 양측 주장에 신뢰가 안간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법은 임금 및 복지 격차 줄이는 것
이처럼 경기 버스 노사가 매년 쳇바퀴 돌 듯 극단적 노사협상을 벌이는 건 인접한 서울과 인천의 임금이 낮고 경기지역 내 버스운송업체 간 임금격차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매년 임금협상을 하지만 서울과 인천도 임금이 인상돼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협의회에 따르면 경기지역 버스기사의 월 임금은 동일한 연차의 서울 버스기사보다 70만~100만 원이 적다. 경기도가 적자를 보존하는 준공영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서울, 인천과의 간극이 좁아지는데 경기도는 세수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협의체가 이번 협상에서 준공영제 조기 도입과 준공영제 노선의 경우 12.32%, 민영제 노선 21.86% 인상안을 요구한 이유다. 서울, 인천과 달리 경기도는 준공영제 도입에 따른 1일 2교대 전환을 유예한 점도 갈등의 소지가 있다. 경기지역 버스 가운데는 격일제(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식)로 운영되는 곳이 여전히 많다. 경기지역 운송업체 간 격차도 크다. 급여 차이가 크다 보니 영세업체에서 대형 업체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노조협의회 측 설명이다.
노조협의회 측은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 내 업체 간 임금 및 처우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운송업체별로 각기 다른 단협 조항을 통일시키기 위한 공동협의체인 ‘단체협약 개정 노사실무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운수종사자들의 평균 임금과 복지혜택 등 근로조건 평준화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자는 취지다. 내년 공동 단체협약 초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매년 소모적으로 반복되는 노사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천처럼 향후 3년간의 임금인상 계획에 대해 노사정 합의를 조기에 맺는 것도 대안이다.
노조협의회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경기도 내 70여 개 버스 운송업체가 있는데 임금, 근로환경, 복지 등은 천차만별이다 보니 기사들이 서울과 인천은 물론 다른 운송업체로 유출되는 사례가 많다”며 “향후 준공영제가 되면 경기도에서도 총파업 투쟁 등 극단적 협상방식은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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