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연현 평론가 유족의 기증으로
이달 28일 국립한국문학관서 전시
스물여덟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유고(遺稿) 노트 원본이 공개된다. 소설 ‘공포의 기록’ 등의 습작과 “꿈은 나를 체포하라 한다, 현실은 나를 추방하라 한다”는 그의 유명한 문장이 일본어로 쓰인 70여 쪽 분량의 노트다.
5일 국립한국문학관은 고(故) 조연현(1920∼1981) 문학평론가의 유족으로부터 이상의 육필 노트를 기증받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 평론가는 1960년 학생 이연복으로부터 이상 유고 노트 뭉치를 전달받았다. 이 노트의 내용은 문예지 ‘현대문학’과 ‘문학사상’ 등에 김수영, 김윤성, 유정의 번역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노트의 실물은 물론 원문이 공개되지 않아 번역이 개입되지 않은 원문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조 평론가가 소장했던 문인들의 편지, 원고 등의 자료 속에 이상 유고가 있었다”면서 “조 평론가 별세 이후 유실됐다가 유족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 노트의 원본 여부 검증은 ‘이상 전문가’ 김주현 경북대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이상의 일본어 필체는 ‘전원수첩’ 속표지에 자화상과 함께 쓴 글과 카페 ‘낙랑파라’에 남긴 낙서 정도만 남아 있다”며 “이번 유고에 있는 이상의 자필서명의 필체가 ‘전원수첩’에 실린 것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또 정인택의 소설에 등장하는 “꿈은 나를 체포하라 한다, 현실은 나를 추방하라 한다”는 이상의 문장이 자필로 남겨져 있고, 습작 원고와 발표 원고의 상관성이 뚜렷하다는 점 등을 들어 유고가 원본임을 확정할 수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은 이를 “설립 이후 꾸준히 추진한 한국문학 자료 발굴과 기증 사업의 성과”라면서 “위대한 작가의 원고 실물은 독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문학적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상의 유고 노트는 이달 28일 개막되는 국립한국문학관 소장 희귀자료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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