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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현직 판사, 사채업자로부터 3억 수수(2014)

입력
2024.11.1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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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일매일, 시시각각 한국일보 플랫폼은 경쟁매체 보다 빠르고 깊은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954년 창간 이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거나 국민적 감동을 이끌어낸 수많은 특종이 발굴됐다. 지난 70년 다수의 특종과 사건 중 파장이 컸던 내용들을 연도별로 안배해 ‘70대 특종’을 골라내 뉴스 이용자들에게 소개한다.

사채왕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현역 판사의 비리를 보도한 한국일보 2014년 4월 8일 자.

사채왕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현역 판사의 비리를 보도한 한국일보 2014년 4월 8일 자.

많은 특종이 그렇듯이 2014년 4월 8일 자 한국일보 1면에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비리가 폭로됐다. 양심과 공정한 판단의 상징이 되어야 할, 그래서 감히 그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기로 암묵적 동의가 이뤄졌던 영역. 현직 판사의 가공할 비리가 폭로된 것이다.

이 취재는 ‘사채왕’이라고 불리는 명동 사채업자로부터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시민이 한국일보의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되었다. 제보에 따르면 사채업자는 검·경찰에게 수억 원 돈을 뿌려 멀쩡한 사람을 기소하게 만들고 증인을 매수하여 위증하게 만드는 수법을 썼다. 그러다가 검찰, 경찰을 넘어 판사에게도 금품을 줬다는 사실이 포착됐다.

사채업자와 헤어진 전 내연녀가 검찰, 국세청에 제보한 것도 큰 몫을 했다. 전 내연녀는 사채업자의 악행을 도와주는 입장이었는데, 막상 헤어지고 나니까 ‘나도 당하겠구나 싶었다’며 취재에 협조했다. 이후 밝혀진 검찰 조사에 따르면 사채업자는 계좌 세탁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기 위해 부정한 판사에게 3억 원의 돈을 건넸다.

이 특종이 중요한 건 비리 판사에 대한 사법부의 조직적 비호를 깨는 과정에서 10개월 넘게 보여준 한국일보의 뚝심이다. 첫 보도가 나간 뒤 비리 판사가 구속되고 처벌을 받기까지 다른 언론은 오보 가능성을 의심하며 오히려 '물타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 취재를 통해 사채업자의 구치소 녹음 파일을 입수, 판사와 사채업자의 친분관계를 입증하는 객관적 증거도 얻게 됐다. 결국 그해 9월 검찰이 사채업자의 구치소를 압수 수색했고 이듬해 2월 판사는 구속됐다. 현직 판사가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 특종은 다수의 언론 관련 단체로부터 상을 받았는데, 특히 공영방송 KBS의 ‘미디어 인사이드’ 에서는 자문 교수단이 <주목! 이 기사>로 선정했다. KBS는 2015년 3월 내보낸 방송에서 ▲외부 압력에도 불구, 장기간의 취재로 진실을 밝혀낸 점 ▲법관 비리에 대한 감시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사회적 파급효과가 컸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특종이라고 평가했다.

창간70주년 준비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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