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전 ‘사법 리스크’ 털었다… ‘성추문 입막음’ 선고 연기

9월서 11월로… 수감 가능성 사라져
형사 재판 4건 다 판결 가능성 희박
트럼프 “내 잘못 없다는 것, 다 알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5일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사법 리스크’를 사실상 털었다. ‘성추문 입막음 돈’ 부정 지급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의 형량 선고가 선거 뒤로 미뤄지면서다.

후안 머천 뉴욕 맨해튼 판사는 당초 이달 18일로 예정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 사건의 형량 선고 공판을 11월 26일로 연기한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머천 판사는 “선고 연기가 법원이 특정 정당 또는 후보에게 불리한 선고를 내린다는 암시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고 공판 연기에는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에 대한 형사상 면책 특권을 폭넓게 인정한 지난 7월 연방 대법원 결정의 영향이 없지 않았다. 성격과 시기를 감안할 때 이 사건 범죄 행위가 면책 대상은 아니지만, 트럼프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출한 일부 증거가 재임 기간 공적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며 형량 선고 연기를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을 의도로 개인 변호사를 통해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준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5월 배심원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최악의 경우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일단 대선 전에 형량이 정해지며 감옥이나 집에 갇힐 수 있다는 염려는 이번 결정으로 해소됐다.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 관련 등 총 4건으로 형사 기소된 그는 다른 사건 재판이 남아 있지만, 전부 대선 전에 공판이 실질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맨해튼 지방 검사의 마녀사냥은 연기됐다. 내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이 사건은 정당하게 종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건 판결에도 “마녀사냥”

1996년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 대상 성폭력 의혹과 이와 관련해 캐럴의 명예를 훼손한 일로 민사 재판에서 거액의 배상금 판결을 받고 이에 불복해 항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연방항소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 변론에 출석한 뒤 인근 트럼프타워에서 기자들을 만나 “(해당 사건은) 법무부가 배후에 있는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