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검객' 권효경(홍성군청)이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36년 만에 한국 패럴림픽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권효경은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휠체어 펜싱 여자 에페 A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천위앤둥에 6-15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권효경은 "상상도 못한 메달이었다"며 "첫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따 기분이 너무 좋다. 다음에 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메달이 더욱 간절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이 패럴림픽 휠체어 펜싱에서 메달을 딴 건 1996 애틀란타 대회(동메달) 이후 28년 만이다. 한국 휠체어 펜싱은 1988 서울 대회 이후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서울 대회 때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1996 애틀란타 대회 이후 6번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메달을 하나도 수확하지 못했다. 권효경의 은메달이 유독 반가운 이유다.
권효경은 이날 경기 시작부터 천위앤둥의 빈틈을 파고들며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이탈리아 월드챔피언십과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며 이 종목 최강자로 떠오른 천위앤둥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미 플뢰레 다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천위앤둥은 권효경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다 한 방에 역습하는 식으로 점수를 따냈다.
권효경은 "사실 (천위앤둥에)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며 "상대방에게 '너도 한 만큼 보여줘. 나도 그만큼 다 보여줄테니'라는 마음으로 게임에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목 부상 때문에 통증이 있었는데 참고 게임에 임했다"며 "금메달이 따고 싶어 노란 색으로 테이핑을 했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권효경은 경기를 마친 뒤 '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밝게 웃어보였다. 그는 "사브르나 플뢰레 성적이 아쉬웠던 탓에 이번엔 메달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하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후회 없이 했기 때문에 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홀가분했다"고 설명했다. 권효경은 또 "경기장에 온 뒤로 부모님과 연락을 따로 하지 않았다"며 "부모님께서 많이 걱정하면서 지켜보셨을 것 같아서 얼른 연락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권효경은 7일 에페 단체전에서 다시 한 번 금빛 찌르기에 도전한다. 권효경은 "지금 기분이 너무 좋은데 (내일 경기를 위해) 숙소에 들어가서 마음을 가라 앉혀야 할 것 같다"며 밝은 미소를 지은 뒤 공동취재구역을 빠져 나갔다.
휠체어 펜싱은 장애 정도에 따라 카테고리 A와 B로 나뉘어 경기가 진행된다. 카테고리 A는 앉아서 균형을 잘 잡을 수 있고, 검을 잡은 팔에 불편이 없는 선수이고, B는 앉아서 균형을 잡기 어려우며 하반신 마비로 척수 손상이 있는 선수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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