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음악 요시마타 료 방한
제천음악영화제에서 음악영화인상 수상
"다음엔 어떤 한국 음악인 나올지 더 기대
영화와 드라마, 한국이 일본보다 한참 앞서"
“제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과장인 줄 알았습니다. 제 음악이 한국인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돼 너무 행복합니다.”
일본 유명 음악가 요시마타 료(65)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5일 막을 올린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제천음악영화인상을 받기 위해서다. 제천음악영화인상은 영화와 드라마 음악 발전에 기여한 음악가에게 주는 상이다. 요시마타는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2001) 주제곡으로 한국인에게 친숙하다. 지난 7일 충북 제천시 제천예술의전당에서 그를 만났다.
"4년 전 '사랑의 불시착' 본 후 한국 드라마에 빠져"
요시마타는 일본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2002), ‘장미 없는 꽃집’(2008) 삽입곡으로도 국내에서 유명하다. 그의 곡들은 국내 광고와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에서 배경음악으로 종종 쓰여 한국인 귀에 익숙하다. 국내에는 덜 알려졌지만 드라마 ‘닥터 고토 진료소 2006’(2006)과 대하드라마 ‘아츠히메’(2008) OST로도 일본에서 갈채를 받았다. 한국 드라마 ‘일지매’(2008)와 ‘푸른 바다의 전설’(2016)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요시마타는 7일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를 보고 배우 전지현에 반해 ‘푸른 바다의 전설’ 작업 조건으로 전지현과의 만남을 내걸었으나 제가 바빠 아직 만나지 못했다”며 웃었다.
요시마타는 “음악 작업을 했어도 예전에는 한국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4년 전 코로나19가 대유행할 무렵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는 한국 드라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부터 매일 밤 한국 드라마를 본다”며 “‘모범택시’와 ‘눈물의 여왕’, ‘무인도의 디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최근 시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보다 회차가 많아서인지 조연들의 사연까지 상세히 나와 이야기가 더 풍성하다”며 “일본 드라마와 달리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 있는 인물이 꼭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OST 수준은 별 차이가 없으나 영화와 드라마 자체는 한국이 한참 앞서있다”고도 했다.
조용필 밴드 참여... "한국에 대한 편견 무너져"
요시마타는 한국 대중문화의 최근 성취가 놀랍다고 했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미국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것은 아시아 다른 국가에서는 나올 수 없는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도 놀랍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음악인들이 나올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세계로 나가 보자는 의지가 국가적으로 강해 지원이 잘 되는 듯합니다. 반면 일본은 누군가 ‘세계적인 음악인이 되겠다’고 하면 ‘네, 열심히 해보세요’ 하는 분위기입니다.”
요시마타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일본 대중문화가 1998년 국내 개방되기 훨씬 전부터 한국과 교류했다. ‘가왕’ 조용필을 통해서다. 1980년대 조용필은 일본에서 공연할 때마다 일본 일급 연주자로 밴드를 꾸렸고, 요시마타는 키보디스트로 합류하고는 했다. 그는 “1985년 (조용필이) 미국 공연을 갈 때 동행하기도 했다”며 “제가 서울로 와 대한항공을 타고 함께 미국으로 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돌아봤다. 요시마타는 “젊은 시절엔 '한국인은 일본인을 싫어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며 “한국과 일본이 문화 교류로 친해져야 한다는 조용필씨의 말에 감동해 편견이 무너졌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사이 불행한 과거가 있는데, 이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한일 교류에 저의 미력이라도 보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의 인연은 계속된다. 요시마타는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밝힐 수 없지만 한국 콘텐츠 음악 작업을 하나 맡기로 최근 확정됐다”며 “두 편에 대한 추가 제안도 받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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