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이강인 등 공격수 활용법 찾아야
피지컬 좋은 강한 수비 중동 팀 맞서...
'빠른 돌파력' 황희찬 양민혁 효과적 일수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졸전을 펼쳐 비판 받은 홍명보호가 오만전에서 심기일전해 20년 전 '오만 쇼크'를 피한다는 각오다. 그러기 위해선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화려한 공격진의 제대로 된 활용법을 찾는 게 급선무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예선 2차전 오만과 원정경기를 갖는다. 대표팀은 7일 새벽 오만에 입성해 그날 오후 한 시간 동안 훈련을 하며 오만전을 준비했다.
홍명보호는 앞서 첫 출범 경기였던 팔레스타인과 1차전에서 0-0 무승부라는 충격의 결과를 안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약체로 평가받는 팔레스타인(96위)을 상대로 90분 내내 답답한 경기력을 보이며 고전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문제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홍 감독은 오만전을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다음달부터 요르단, 쿠웨이트, 이라크 등 더 까다로운 중동 팀들을 상대해서다.
무조건적인 승리와 함께 내용적인 면도 챙겨야 한다. 홍 감독은 팔레스타인전에서 이렇다 할 공격 전술 없이, 지난 2월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처럼 선수들이 알아서 하는 방식을 고수한 듯 보였다. 약속된 플레이가 없어 페널티지역에서 공간 활용을 못했고,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등 안타까운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홍 감독은 오만에서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를 인정했다. 그는 "선수들은 몇 년 동안 같이 했고, 난 훈련을 하루 하고 시작했다"며 "아무래도 나의 색깔보다는 선수들이 그동안 해오면서 잘해왔던 것들을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수비 위주의 팔레스타인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빌드업 과정에서 빠른 공격이 전개되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에 뒷공간을 내줘 위험한 순간을 자초했다. 그러자 후반에 주민규(울산HD) 대신 오세훈(마치다)을, 이재성(마인츠) 대신 황희찬을 투입해 공격진을 교체했고, 좌우 측면 수비도 황문기(강원FC)에서 황재원(대구FC), 설영우(즈베즈다) 대신 이명재(울산HD)로 바꿔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긴 했다. 홍 감독은 "팔레스타인전 후반에 조금 변화를 줬는데 그게 잘 이어졌다. 그런 부분을 잘 수정해서 오만전 준비를 하겠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훌륭한 화력을 장착하고도 그 활용법을 찾지 못한 점은 아쉽다. 짧은 패스와 공간 활용 등 창의적인 공격을 선호하는 손흥민과 이강인은 프리롤 등으로 그라운드를 넓게 쓰도록 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좌우 붙박이로 역할을 축소할 땐 상대 수비진에 고립되는 경우가 허다해 공격이 원활하지 않았다. 최근 팔레스타인과 같은 중동 팀들의 수비진은 큰 키에 강한 피지컬로 뚫기가 쉽지 않다. 좌우에 손흥민 이강인 조합을 고집하기 보다, 발이 빠르고 돌파력이 좋은 황희찬과 양민혁(강원FC)의 활용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중국과 C조 1차전에서 7-0 대승을 거둔 건 해외파들의 적절한 활용법이 주효했다. 포지션이 겹치는 측면 공격수들을 윙과 윙백으로 배치하는 등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전술이 각광받았다. 그 결과 미나미노 타쿠미(AS모나코),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엔도 와타루(리버풀),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 이토 준야(랭스) 등이 득점하는 무서운 공격력을 자랑했다.
한국은 더이상 물러난 곳이 없다. 자칫하다간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이 물거품될 뿐 아니라 2003년 10월 2004 중국 아시안컵 최종예선에서 오만에 1-3 역전패한 '오만 쇼크'를 재연할 수 있어서다. 오만전에서 다득점 승리에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린 이유다.
특히 홍 감독은 팔레스타인전에서 팬들의 거센 야유를 받았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관중석 팬들과 대치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오만전에 홍명보호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홍 감독에게 오만은 좋은 기억이 더 크다. 그는 2012년 2월 이곳에서 당시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런던 올림픽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오만과 경기를 3-0으로 완승해 런던행 조기 확정을 지었다. 홍 감독은 "예전에 좋은 기억이 있던 곳에 돌아오니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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