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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갖춰야 '명품' 아파트"...노인돌봄시설 설치 반대, 여의도 시범 단지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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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갖춰야 '명품' 아파트"...노인돌봄시설 설치 반대, 여의도 시범 단지 바뀌나

입력
2024.09.10 08: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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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추진
서울시 '데이케어센터 설치·공공기여' 요구
결사반대하던 조합원들, 최근 여론 바뀌어
오세훈 "공공기여 없는 재건축 없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뉴시스


"노인 인구가 늘고 있는데 우리만 예외가 될 순 없죠. 단순히 비싼 아파트가 아닌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아파트가 진짜 '명품 아파트' 아니겠습니까."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에서 지난 6일 만난 주민 A(78)씨는 '노인복지시설(데이케어센터) 설치'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가 요구하는 공공기여(기부채납) 방식의 데이케어센터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30년 넘게 시범아파트에 거주했다는 A씨는 "나도 곧 데이케어센터가 필요하게 되지 않겠냐"며 "신혼살림을 차리고 아이들을 키워 시집, 장가 보낸 이 집에서 삶의 마지막도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최고 층수 65층의 대규모 주택단지로 탈바꿈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내건 서울시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던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간 사업 수익성과 아파트 단지 가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서울시 요구에 반발했던 목소리가 잦아들어서다. 외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향후 시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통기획 1호' 여의도 시범, 데이케어 설치 두고 갈등

서울시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서울시 제공

시범아파트 재건축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역점 사업인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이다. 1971년에 지어진 시범아파트는 27개 동 1,584채 규모로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오 시장은 취임 직후인 2021년 4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범아파트 현장 방문을 건의하는 등 시범아파트를 '재건축 과업'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시가 용적률 최대 400%, 최고 층수 65층 혜택을 주는 대신 공공기여 시설로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요구하자 주민들이 완강하게 거부해 난관에 봉착했다. 데이케어센터는 부득이한 사유로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심신이 허약한 고령자를 낮 동안 시설로 데려와 보살펴 주는 돌봄시설이다.

실제로 일부 소유주들은 아파트 벽면에 '신통기획 1호 속았다', '오세훈발 폭주행정'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데이케어센터가 '혐오시설'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상당수 주민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시범아파트 측은 지난 6월 데이케어센터 대신 문화시설을 배치한 조치계획서를 시에 접수했다. 하지만 시는 '데이케어센터 계획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완을 요청했다. 사실상 거부한 것.

오 시장도 '공공기여 없는 재건축은 없다'는 입장을 꺾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서 시범아파트 단지의 반대를 '이기적인 행태'로 지목하면서 "데이케어센터를 지을 수 없다면 신통기획도 할 수 없다"며 사업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주민 상당수 '찬성' 선회..."고령화 시대, 노인복지시설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특별시 자치경찰위원회 제2기 비전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특별시 자치경찰위원회 제2기 비전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자 신속한 사업 추진을 원하는 상당수 주민들은 시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인근에 위치한 여의도 대교아파트가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약속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이 8월 조합원 대상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조합원 792명 중 456명(57.6%)이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전제한 '정비사업 신속 추진'에 찬성했다. 반대(데이케어센터 계획 삭제될 때까지 정비사업 전면 중단)는 333명(42%)이었다.

찬성하는 주민 상당수는 노인 인구와 함께 노인 관련 시설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단지 내 데이케어센터 설치가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 시범아파트에 13년째 거주 중인 주민 B(50)씨는 "여의도는 직주근접이 편리하고 일대가 재건축 예정지인 곳"이라며 "인기가 높은 곳인 만큼 공공성 확보도 필요하다. 노인복지시설은 전혀 기피할 만한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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