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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평점' 올리듯 성매매 경험 버젓이… '후기 사이트'엔 성인인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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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평점' 올리듯 성매매 경험 버젓이… '후기 사이트'엔 성인인증도 없다

입력
2024.09.11 04: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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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부엉이' 검거로 본 성매매 후기 사이트 실태
적나라한 묘사·품평, 미성년자도 쉽게 접속 가능
단속 쉽지 않아… "사이트 차단 신속히 이뤄져야"

한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 후기글이 수십건 게재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한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 후기글이 수십건 게재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싱싱합니다." "정말 일품이네요."

포털사이트에서 '맛집'을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식당 후기가 아니다. 4만 명 넘는 회원을 가진 한 성매매 후기 사이트의 글이다. 이곳에선 성매매 여성을 '상·중·하'로 나누고 하루 수백 건씩 품평회를 연다. 배달 플랫폼에 여러 가맹점들이 입점하듯이 다수의 성매매 업소가 이 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여성을 광고하면 방문객들은 리뷰를 쓰는 구조다.

최근 경찰이 성매매 후기를 전문적으로 올린 30대 남성(온라인 활동명 '검은 부엉이')을 구속 송치하는 등 단속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요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선 여전히 수만 명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도 성인 인증 절차 없이 쉽게 가입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성년자도 쉽게 가입... 성인 인증 없어

한 성매매 후기 사이트 회원가입 화면. 성인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성인 인증 절차는 없었다. 화면 캡처

한 성매매 후기 사이트 회원가입 화면. 성인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성인 인증 절차는 없었다. 화면 캡처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매매 후기 사이트는 포털사이트에 간단한 검색어 입력만으로도 접근할 수 있었다.

회원가입 절차도 허술했다. 본보가 방문한 성매매 후기 사이트 5곳 모두 성인 인증 절차는커녕 휴대폰 번호 입력 없이도 회원가입이 가능했다. 일부 사이트는 국내 유명 배달 플랫폼이나 여행 플랫폼 업체와 유사한 명칭으로 사이트 이름을 지어 홍보하기도 했다. 사이트에 들어가자 게시판에 '△카페' '□□방' 등 변종 성매매 업소를 뜻하는 은어가 난무했다. 한 사이트엔 전날부터 이날 오후까지 하루 동안 249건의 후기가 게재됐다.

후기글은 업소명을 기재하고 성매매 후일담을 늘어놓는 형식이었다. 여성 접객원 외모와 신체, 태도 등이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이용자들은 'F(face·얼굴)' 'B(body·신체)' 'T(talk·대화)' 'P(play·성관계 당시)' 등 은어를 사용해가며 적나라하게 평가했다.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듯한 나체 사진도 다수 발견됐고, 성관계를 촬영한 영상을 첨부한 후기글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후기를 전문으로 올리는 이용자를 업계에선 '작가'라 부른다. 한 작가는 2017년부터 꾸준히 활동하면서 424건의 후기글을 작성했다. '검은 부엉이' 역시 고급 카메라를 통해 영상 후기를 주로 올렸는데, 경찰이 압수한 영상 분량만 5테라바이트(TB)였다.

회원들이 후기를 올리는 이유는 이를 통해 포인트를 얻고, 해당 포인트로 성매매 업소 이용권 등의 쿠폰을 구매할 수 있어서다. 실제 대부분 사이트는 업소로부터 협찬을 받아 할인권이나 무료권 등 쿠폰을 지급하고 있었다.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쿠폰을 사용한 회원은 의무적으로 후기를 작성해야 해 지속적으로 후기가 재생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성매매 사이트 활개... 현실은 단속 까다로워

한 성매매 후기 사이트 이용자가 최근 경찰이 불법 촬영물과 함께 성매매 후기글을 작성한 이용자를 검거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이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화면 캡처

한 성매매 후기 사이트 이용자가 최근 경찰이 불법 촬영물과 함께 성매매 후기글을 작성한 이용자를 검거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이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화면 캡처

후기글 게시가 다시 성매매로 이어질 정도로 실태가 심각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성매매 알선 행위 처벌법에 따라 성매매 업소를 광고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지만 후기 공유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불법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 후기를 올린 것이 확인될 경우만 성폭력 범죄의 처벌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처벌 가능하다.

사이트 폐쇄가 근본적인 근절안이지만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경찰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차단 요청을 하는데, 증거 채집이 까다로운 경우 수개월 걸리기도 한다. 또 차단이 됐다 하더라도 사이트 주소만 살짝 바꿔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OOO52.com'처럼 이름 뒤에 숫자를 붙이는 방식이다. 차단될 때마다 다음 숫자를 부여해 다시 사이트를 개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차단 요청 후 수사가 이뤄지는 동안 도메인을 바꿀 수 있고 해외 기업에서 서버를 운영하거나, 대포통장, 외국인 명의를 쓰면 피의자 특정이 더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후기 사이트에서 추가적인 성범죄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범죄 사건을 다수 맡아온 이은의 변호사는 "성매매 후기 사이트는 기본적으로 불법적으로 성을 거래하고 대상화하는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며 "검은 부엉이 사례처럼 불법 영상물까지 유포될 수 있는 등 또 다른 범죄를 낳을 수 있어 사이트 차단을 단기간에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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