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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모델+퀴어+페미니스트 작가' 이르사 데일리워드…"나는 트루스 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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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모델+퀴어+페미니스트 작가' 이르사 데일리워드…"나는 트루스 텔러"

입력
2024.09.10 14:33
수정
2024.09.10 15:1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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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계 영국 시인 이르사 데일리워드
인스타그램에 올린 시로 시집 내고 활동
인종과 성차별 등 '날것'의 고통 글로 써

이르사 데일리워드. ⓒ마이크 코발

이르사 데일리워드. ⓒ마이크 코발

‘시인이자 모델, 배우, 퀴어 활동가, 페미니스트, 인플루언서.’ 한국에 출간된 이르사 데일리워드(35)의 시집 ‘뼈’와 산문집 ‘테러블’에 적힌 작가에 대한 소개 문구다. 서울국제작가축제를 위해 한국을 찾은 데일리워드를 8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나 이를 읽어주자 그는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자신을 소개했다. “시인보다는 작가. 오래전부터 글을 써왔고 글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전달하며, 항상 배우고 나아지고자 하는 ‘트루스 텔러(Truth Teller·진실을 이야기하는 자).’”

20만 팔로어 모은 ‘인스타그램 시인’

영국의 시인 이르사 데일리워드가 9일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국제작가축제 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국제작가축제 제공

영국의 시인 이르사 데일리워드가 9일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국제작가축제 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국제작가축제 제공

“그 전조들이 네게 경고했던, 크고 검은 이방인이 나다.”

시집 ‘뼈’의 인트로에서 데일리워드는 이렇게 선언한다. 영국 북부 소도시에서 자메이카 출신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그는 “아빠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던 아이였다. 데일리워드와 그의 오빠, 남동생은 각자 아버지가 달랐고, 어머니는 간호사로 일하며 세 아이를 건사하느라 항상 바빴다. 흑인이라는 인종과 여성이라는 성별, 성적 지향, 가난 등 겹겹의 소수자성에 휩싸인 채 자라며 데일리워드는 ‘다른 현실’을 생각하면서 이를 글로 토해냈다. 그는 “글을 쓰고 나면 나의 영혼에 무엇이 담겨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고 털어놨다.

데일리워드는 자신이 쓴 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시에 관심 없는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움직임이었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이미지 사이 “손가락을 더 깊이 뻗어/그 두툼하고 뜨거운 심장 속에 닿기 전까지/삶은 아직 시작된 것이 아니다”(시 ‘아티초크’)라고 치열한 고통을 이야기하는 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닿았다. 데일리워드의 인스타그램은 약 20만 명의 팔로어를 모았고, 그가 SNS에 올린 시를 엮어 2014년 자가 출판 플랫폼을 통해 펴낸 시집 ‘뼈’는 곧바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시집은 영국 대형 출판사 펭귄에서 재출간됐다.

“그것이 네게 시를 주리라”

영국의 시인 이르사 데일리워드가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영국의 시인 이르사 데일리워드가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글을 쓰면서 유일한 의도가 하나 있었다면 진실뿐”이라는 데일리워드의 글은 ‘날것’이다. 가정사에서부터 우울증, 마약, 성매매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생활까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런 글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부담은 없었는지를 묻자 그는 “오히려 글을 통해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 삶에서는 더 큰 부담”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뼈와 골수, 조직, 세포에서 뽑아낸 데일리워드의 글에서 독자들 역시 작가가 아닌 본인을 마주하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 나면 작가는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이후는 독자의 몫이죠. 독자는 글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는 여정을 떠납니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데일리워드는 발길이 닿는 대로 서울의 이곳저곳을 걷고 둘러봤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 서울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우리는 괜찮을 거야(WE’LL BE FINE)’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이 “본인의 일부이지만 잊고 있었던 감정을 다시금 읽게 하는 글, 창작을 위한 희망이나 영감 혹은 허락이 되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그는 시집 ‘뼈’에 실린 ‘시’라는 시를 전했다. “…피멍은 산산이 부서져서/검은 다이아몬드가 되리라/아무도 반에서 네 옆자리에 앉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네 인생은 잘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분명 처음에는 그러지 못하겠지만/하지만 그것이/네게 시를 주리라”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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