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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세트는 발에 채일 정도... '김영란법' 한도 오르자 의원님 추석 선물 가격도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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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세트는 발에 채일 정도... '김영란법' 한도 오르자 의원님 추석 선물 가격도 쑥쑥

입력
2024.09.12 09:30
수정
2024.09.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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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한도 육박 29만8,000원 선물 세트
20만 원짜리 와인도, 그러나 빙산 일각
"진짜 좋은 선물은 의원 집으로"
국회 사무처 "부정적 언론보도 주의" 공문


11일 국회 의원회관 민원실 입구에 선물(택배) 상자들이 쌓여 있는 가운데 의원실 직원들이 각 의원실로 배달된 택배를 찾아가고 있다. 고영권 기자

11일 국회 의원회관 민원실 입구에 선물(택배) 상자들이 쌓여 있는 가운데 의원실 직원들이 각 의원실로 배달된 택배를 찾아가고 있다. 고영권 기자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9, 10일 국회 의원회관 1층 택배 보관소에 여야 의원들에게 온 추석 선물 상자가 빼곡했다. 상자들 틈을 비집고 각 의원실에서 온 직원들이 손수레를 몰아 선물을 챙겨가면, 곧 새로 배달된 선물 상자가 빈자리를 채웠다. '풍요로운 한가위'에 걸맞은 '선물이 넘쳐나는' 국회였다.

김영란법 한도 육박하는 29만8,000원 선물 세트...한우는 발에 채여

선물 보낸 곳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협회나 ○○ 조합이었다. 국회에 바라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익단체들이다. 수신인이 의원들인 만큼 내용물은 최상급품들로 채워졌다. 한 광역자치단체 부지사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 4명 앞으로 이름도 생소한 ‘발효 울금(鬱金)’이라는 건강기능식품 선물을 보냈다. 강황의 뿌리를 말린 약재로 인터넷 소매가 기준으로 한 박스에 29만8,000원 정도에 팔리는 제품이다. 국회의원 등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선물 가액은 15만 원이지만, 설과 추석에는 농수산물 등에 한해 선물 가액 상한이 30만 원으로 높아진다는 점을 노린 일종의 '맞춤 선물'이었다.

서민들에겐 '꿈의 명절 선물'인 한우 선물 세트는 발에 채일 정도로 흔했다. 대중 예술인 이익단체 이사장 명의로는 국민의힘 중진의원 두 명에게 20만 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한우 선물세트를 보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법인은 중앙회장 명의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3명에게 꼼꼼하게 냉장 포장된 한우 선물세트를 발송했다.

9일 국회 의원회관 1층 택배보관소에 국회의원들 앞으로 배송된 와인 선물이 가득 쌓여있다. 명절 선물은 김영란법에 따라 농수산물·농수산 가공품에 한하여 30만 원까지 준비할 수 있다. 권우석 인턴기자

9일 국회 의원회관 1층 택배보관소에 국회의원들 앞으로 배송된 와인 선물이 가득 쌓여있다. 명절 선물은 김영란법에 따라 농수산물·농수산 가공품에 한하여 30만 원까지 준비할 수 있다. 권우석 인턴기자


20만 원짜리 와인도...국회 사무처 "부정적 언론보도 주의" 공문

부피는 작지만 고급스럽게 포장된 와인도 눈에 띄었다. 보관도 용이하고 들고 가기도 편한 와인은 단골 선물 메뉴다. 특정 산업 업체들이 만든 협회의 사무국장은 의원 4명(민주당 3명·국민의힘 1명) 앞으로 한 병에 소매가가 20만 원인 프랑스산 ‘샤또 라 프랑스 델 옴므 메독’을 선물했다. 특한 법조단체 회장은 프랑스산 ‘샤또 딸보’(소매가 13만 원) 와인을 다수의 여야 의원들에게 보냈다. 이 와인 선물은 택배 보관소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모두 몇 병인지 헤아리기조차 어려웠다.

'나 홀로 풍요로운 한가위'가 민망했는지 국회 사무처는 최근 각 의원실에 공문을 보냈다. 이달 9일부터 13일까지는 택배를 공개된 장소인 1층 택배 보관소가 아닌 각 의원 사무실에서 직접 받으라는 내용이다. 사무처는 '부정적인 언론 보도 및 분실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공문에 적었다. 괜히 눈에 띄지 말고, 조용히 받으라는 일종의 '권고'였다. 택배 보관소에 선물이 너무 많이 쌓이지 않게 관리할 임시 직원 2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회 사무처가 각 의원실에 보낸 협조 요청 공문

국회 사무처가 각 의원실에 보낸 협조 요청 공문


빙산의 일각..."진짜 좋은 선물은 의원 집으로"

실제로 이곳에 쌓인 추석 선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경제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재선 의원실 관계자는 11일 본보 통화에서 "정말 괜찮은 선물은 의원이나 보좌관 자택으로 직접 발송한다"며 "상임위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통상 명절 선물이 적게는 수십 상자, 많게는 100상자 이상이 들어오는 만큼 의원이 혼자 다 가져갈 수 없어 의원실 직원들이 골고루 나눠 가진다"고 귀띔했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지난 11일 다시 찾은 택배 보관소에는 선물 상자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권우석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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