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이 부끄러운 ‘정치 테러’가 또 빚어졌다. 지난 8일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인근 ‘평산책방’에서 자행된 20대 남성의 책방 여직원 폭행은 질 낮은 정치대립이 부른 ‘사회적 증오’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번 확인시킨 참사다. 물론 사건의 직접적 원인은 온전한 자제력이 의심되는 범인의 ‘비정상성’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테러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되고, 사건 당일 현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회동했다는 사실 등은 사건의 정치적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책방에 따르면 범인은 당일 오후 7시께 피해자에게 다가와 “이재명 대표는 왔다 갔느냐”, “문 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는 가지 않겠다”며 퇴거를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폭행을 시작했다. 주먹과 발길질은 책방 안부터 대문 밖, 마을 길 아래 밭에서 주민들이 제지할 때까지 8분간이나 이어졌다. 그동안 자택 경호원이 개입했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평산책방은 자택 경호구역(반경 300m) 내에 위치한다. 경호조치가 전혀 없었다면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밝혀진 정황만으로 범행의 구체적 동기와 배경을 예단하긴 어렵다. ‘외로운 늑대’형 테러라면 합리적 이유와 배경을 따지는 것조차 허망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정치 상황과 관련한 무분별한 증오심리가 작동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여야 정치권의 대립은 상궤를 벗어나 상대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기에 바쁜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사실도 논리도 없이 오직 험담과 저주, 모욕주기가 국회의 일상이 됐다. 대통령 부부에게 ‘살인자’라는 극언이 나오고, 상대당 의원들에겐 ‘또라이’ ‘꼬붕’이라는 속어를 날린다. 논리와 품격으로 권위를 쌓고, 권위를 바탕으로 정치행위가 이루어지는 기본이 망가졌다. 그렇다 보니 정치는 시정잡배의 패싸움으로 전락하고, 공연한 사회적 증오와 정치테러를 빈발시키고 있다. 범행 엄단은 당연하지만, 정치권은 질 낮은 진영 대립부터 깊이 반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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