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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굴뚝·파이프 가득한 '여의도 두 배' 공장이 디지털 기술로 탄소 감축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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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굴뚝·파이프 가득한 '여의도 두 배' 공장이 디지털 기술로 탄소 감축 해낸다

입력
2024.09.12 17:00
수정
2024.09.12 19: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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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여수 정유·석유화학 공장
준공 57주년…DX 성공 사례 통해 세계 선도
"디지털 혁신으로 100년 기업 향해 가겠다"

GS칼텍스 가열로 가상센서 및 스캐닝 시스템. 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 가열로 가상센서 및 스캐닝 시스템. GS칼텍스 제공


12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공항을 빠져나와 20여 분을 달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자 하얀 수증기를 끊임없이 뿜어내고 있는 GS칼텍스 여수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 부지가 약 600만㎡(약 180만 평)로 거대한 정유·석유화학 공장 곳곳은 제품의 이동 경로 역할을 하는 파이프라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GS칼텍스는 준공 57년이 지난 여수공장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통한 과감한 혁신에 나섰다. 장치 산업 특성상 복잡하게 구성된 설비를 관리·운전하는 것이 곧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라는 두 가지를 무기로 삼았다.

DX를 현장 설비에 적용하면서 가장 빛을 발한 사례'AI를 이용한 탄소 배출량 감축'이다. 정유 및 석유화학 공장은 핵심 설비인 가열로1에 열을 공급해 끓는점에 따라 납사 등 각종 제품을 생산한다. 그동안 가열로 내부 온도나 열전달 상태를 알기 어려워 작업자들이 경험에 의존해 맨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지난해 가열로의 연료 사용량은 약 1조1,000억 원에 달한다.


GS칼텍스 여수국가산업단지 1호 입주기업 기념비. 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 여수국가산업단지 1호 입주기업 기념비. 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는 설비 내부를 꼼꼼히 살피기 위해 졸로스캔 시스템(ZoloScan Scanning)을 도입하면서 가열로 내부 상태를 데이터로 직접 추출, 분석해 운전 시스템 효율을 끌어올렸다. 이 방법으로 연간 1만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 추연훈 GS칼텍스 환경기술팀 책임은 "졸로스캔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연료 사용량을 기존 대비 5% 이상 절감했다"며 "스탠더드형 에어컨을 2,550대 돌릴 만큼 많은 연료를 아껴 탄소 배출량을 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장에서 많은 열에너지를 사용해 원유를 정제하는 상압증류탑(CDU) 가열로에도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가상센서가 적용됐다. 가상센서는 일산화탄소(CO)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CO가 많이 나올수록 열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상센서는 원유 산지에 따른 특성·온도·압력·유량 등 수백 가지 운전 조건 변수를 고려해 가열 과정에서 발생할 CO 농도를 예측해줘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비용도 아끼게 한다.


외부인 침입·화재 가능성도 실시간 AI가 점검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 활용 여수공장 모니터링 시스템. GS칼텍스 제공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 활용 여수공장 모니터링 시스템. GS칼텍스 제공


AI 모니터링 시스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여의도 면적 두 배에 달하는 넓은 공장의 안전을 사람이 일일이 모니터링하며 관리·감독하기 어려운 탓이다. 회사 측은 약 164개의 AI 폐쇄회로(CC) TV를 도입해 24시간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 중이다. AI CCTV는 사전에 학습시킨 작업자의 이상 행동이나 외부인 침입 혹은 연기 발생 여부 등을 감지해 공장 외곽이나 부두 지역, 원유탱크 등의 위험 상황을 즉각 파악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AI CCTV는 2022년 임시 도입해 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치면서 올해부터 공장 전체에 적용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AI 모니터링 CCTV가 실시간 감지하는 덕분에 24시간 대응 체계가 가능하다"며 "드넓은 공장에 작업자가 보이지 않는 이유 또한 이 같은 DX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서 △설비 통합관리 △공장운전 및 생산 최적화 △탄소 저감 △안전 환경 분야 등 전방위적 DX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여 건 이상의 설비 공정에 활용 중이고 올해는 20건을 수행 중에 있으며 제품 생산 계획에 AI, 대시보드 등 디지털 기술을 써서 공장의 안전 관리는 물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등대 공장(Lighthouse Factory)' 인증을 받아 DX 분야 선도 회사로 검증받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김성민 GS칼텍스 여수공장 생산본부장은 "DX를 성공적으로 실행해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기존 사업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탄소중립 등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딥 트랜스포메이션(Deep Transformation)'으로 100년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강조했다.


GS칼텍스가 2조7,0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준공한 올레핀 생산시설(MFC) 전경. 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가 2조7,0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준공한 올레핀 생산시설(MFC) 전경. GS칼텍스 제공



1 가열로
원료를 850도 고온에서 열분해해 제품으로 만드는 설비
여수=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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