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엔터 홍상표 대표, AI프로그램 '다빈치' 개발
교보e북에 AI작품 '묵시록의 기사' 최초 연재 시작
"스토리만 탄탄하면 '다빈치' 그림으로 작가 데뷔 가능"
일반용 내년 말 시판 목표..."바둑처럼 AI가 혁명 몰고 올 것"
그림을 그리지 못해도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스토리만 탄탄하다면 그림에 자신이 없어도 웹툰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라임나무엔터의 홍상표(59) 대표는 최근 교보e북에 AI웹툰 ‘묵시록의 기사’의 연재를 시작했다. 교보문고 측은 웹툰 플랫폼에 공식적으로 AI 제작 웹툰을 연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홍 대표가 글을 쓰고 생성형 AI ‘다빈치’가 그림을 그렸다. 한 형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소녀를 둘러싼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현대판 판타지 스릴러다. 1, 2부 각 50회씩 연재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2년간 총 5억 원을 투자해 ‘다빈치’를 개발했다. 콘텐츠 제공회사(CP사) 소속 웹소설 작가로 활동 중이던 2022년 홍 대표는 친구와 대화하다가 “챗GPT 등 AI가 실사(實寫) 쪽으로 가는 것과 반대로 만화 쪽으로 가면 승산이 있겠다”는 데 착안해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다빈치는 아직 베타 버전으로 시제품은 전문가용이 내년 초, 일반용이 내년 말 판매될 예정이다. 아직 명령어는 영어만을 인식하는 데다 데이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예를 들어 20대 여성이 공원에 애완견과 함께 벤치에 앉아 있는 장면을 그리려면 ‘A woman in 20’s sitting on the bench in the park’로 입력하는 식이다. 여기에 애완견의 종류와 옷 색깔, 피부 톤, 날씨, 자세 각도 등도 모두 입력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얼굴의 일관성이다. AI는 똑같은 명령어를 입력해도 같은 얼굴을 출력해 내지 못한다.
홍 대표는 “새벽에 얼굴 표정을 테스트하는데 갑자기 뭉크의 ‘절규’ 모양이 튀어나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면서 “등장인물의 얼굴을 다양한 각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현 대형 포털의 웹툰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웹툰 한 회분을 제작하는 데 250만~500만 원이 든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작품성 있는 웹툰을 제작하더라도 대형 포털이 상위 노출을 안 시켜주면 수익을 내기 어려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1,000여 콘텐츠 제작사, 1만5,000여 명의 웹소설∙웹툰 작가가 네이버나 다음에 기반해 활동하고 있고, 이들끼리도 경쟁이 엄청난데 아마추어 작가가 스토리만 믿고 이 시장에 뛰어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력이 있다고 해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홍 대표는 이런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다빈치를 쓰면 한 회분 제작비를 3,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상 1주일 1회 연재를 3회 이상으로 연재로 늘릴 수도 있다. 그림의 수준을 실사와 가깝게 개선하고 유지할 수 있고, 추후 부분적으로 동영상 기능도 구현할 수 있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홍 대표는 “웹소설과 웹툰시장의 주 소비자인 젊은 층 인구가 줄고 소득도 줄면서 지금 다시 웹툰시장에 위기가 도래했다고 본다”면서 “작품의 질적 측면에서나,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AI 기반 웹툰시장의 도래는 필수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림작가들이 AI의 도래가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술혁신은 또 다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합리적인 월 사용료로 다빈치를 공급할 계획”이라면서 “독과점 시장에서 외면받는 작가들이 다양한 플랫폼에 도전적인 작품을 올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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