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석 당일 125분 '이찬원의 선물' 방송
빅오션, 정미조, 댄스크루와 무대 꾸며
데뷔 4년 만에 역대 최연소 단독쇼
전국노래자랑 4번 도전한 '트로트 신동'
가수 이찬원(27)은 최근 몇 달간 수어 안무를 배웠다.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아이돌 그룹 ‘빅오션’과 한 무대에 서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달 24일 녹화해 추석 당일 방송되는 KBS의 추석 특집쇼 ‘이찬원의 선물’에서 3인조 보이그룹 빅오션의 네 번째 멤버가 되어 수어 안무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오후 7시 50분부터 125분 동안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찬원의 선물'은 이찬원의 생애 첫 지상파 방송사 단독쇼다. 이 쇼에 그가 무명의 신인 그룹을 초대한 이유는 뭘까. 프로그램을 제작한 권용택 PD는 “이찬원이 빅오션이 가요계에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며 제작진에게 먼저 제안했다”며 “네 사람의 무대는 의미도 컸고, 관객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데뷔한 빅오션은 세계보건기구(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으로부터 “장애에 대한 장벽과 사회적 편견을 넘어선 것에 경의를 표한다”는 축하를 받기도 했다. 이찬원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들을 응원한 것이다.
데뷔 4년 만에 최연소 단독쇼
이 프로그램에선 이찬원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트로트 가수에 국한되지 않는 뮤지션으로서의 장기를 뽐낸다. 다섯 살 때부터 배운 피아노를 연주하며 나이가 47세나 차이 나는 가수 정미조와 무대를 꾸미고, 유명 스트리트 댄스 크루와도 호흡을 맞춘다. 권용택 PD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댄스 크루와의 무대를 제안했더니 이찬원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다”며 “일단 마음을 먹으니 우리도 놀랄 정도로 열심히 춤 연습을 했고, 녹화 때도 무대에서 금세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고 전했다. 이찬원은 쇼에서 총 20곡 정도를 부르는데 자신의 노래는 5곡뿐이다. 트로트나 이찬원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대중적인 노래들을 택했기 때문이다.
KBS의 가수 단독쇼는 2020년 추석에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시청률 29%를 기록하며 대표 명절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심수봉, 임영웅, 송가인, 진성 등 국민가수들이 자신만의 무대를 꾸몄다. 가수 데뷔 4년 만에 이 무대에 선 이찬원은 역대 최연소 출연자다. 지난 5월부터 4개월 동안 쇼를 준비했지만 출연료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국노래자랑 끝내 1등한 연습벌레
이찬원은 가수 경력은 짧지만 방송 경험은 길다. 2008년 SBS ‘스타킹’에 ‘트로트 신동’으로 출연했고, KBS ‘전국노래자랑’에는 초·중·고·대학교 때 한 번씩 4번이나 출연했다. 일반인 출연자 중 최다 출연을 기록할 정도로 전국노래자랑에 많이 나갔던 이유는 한 번도 1등을 하지 못해서였다. 그는 결국 대학생 때 출연한 ‘경북 상주시 편’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찬원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8년 전국노래자랑에 나와 "트로트에 죽고 트로트에 사는 이찬원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할 만큼 어릴 때부터 트로트 사랑이 남달랐다. 당시 그의 이름을 들은 MC 송해는 "이름을 보니, 원 없이 찬란하게 비친단다!"라고 덕담을 건넸는데, 그 덕담은 12년 후 현실이 됐다.
트로트를 사랑하는 재간둥이 어린이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자랐다. 그는 2020년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했고, 현역 가수들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하며 가수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연습벌레로도 유명하다. '미스터트롯' 예선 당시 '진또배기' 무대를 준비하며 대기실에서 가사 '얼~쑤!' 부분을 500번도 넘게 연습했다. 그의 '얼쑤' 때문에 다른 영상을 찍을 수 없었던 제작진이 "얼쑤, 얼쑤 그만하라"고 말렸을 정도. '진또배기' 무대로 큰 사랑을 받게 된 그는 '찬또배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 연령에 두터운 팬들이 생겼다.
끼와 끝없는 연습으로 정상에 선 이찬원은 올해 지상파 3사 추석 특집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그는 2년 만에 부활하는 MBC의 대표 명절 예능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 MC로 발탁됐고, SBS의 추석 특집 '더트롯쇼 : 한가위특집'에도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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