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185회 비방글도 게시
수영장 여성 탈의실에서 누수를 고치던 남성을 성범죄자로 몰아 경찰에 고소하고, 이 작업자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린 경찰관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이모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3일 확정했다.
서울의 한 수영장 전기반장인 A씨는 2021년 9월 여성 탈의실 누수를 막기 위한 시설 공사를 하다가 탈의 상태의 이씨와 마주쳤다. 미화원 두 명이 당시 현장을 통제하긴 했지만, 여성 회원들이 여전히 탈의실 안에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차폐막 없이 작업하다가 생긴 일이었다.
수영장 측은 이씨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했지만 이씨는 인터넷 카페 등에 "전기반장이 작업을 핑계 삼아 탈의실에 무단침입해 여성들의 알몸을 훔쳐봤다"는 글을 잇달아 게시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 뒤엔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성적목적 공공장소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결론은 무혐의였다. 그런데도 이씨는 "전기반장이 작업을 핑계 삼아 여성들의 알몸을 수 분간 수시로 훔쳐보았음에도 수영장 측에선 이를 방관하고, 이에 항의하는 나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윽박질렀다"거나 "해당 수영장을 폐업시켜야 한다"는 등 비방성 게시글을 한 달간 총 185차례 써서 올렸다.
검찰은 이씨가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올려 A씨 등의 명예를 훼손하고, 수영장 영업에 지장을 끼쳤다고 보고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형이 비교적 가벼울 때 검찰이 정식 재판 대신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다. 이씨는 정식 재판을 받겠다고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졌다.
1∙2심 법원은 이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관으로서 A씨 측의 잘못을 정당하게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을텐데도 피해자를 형사고소하고, 인터넷상에 185회 허위 글을 올려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수긍해 이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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