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80명, 피해금 100억 이상 추정
"반환할 여력 없는데도 세입자 받았다"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피해 금액 100억 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전세사기 의심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기존 전세사기는 시가 산정이 어려운 빌라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이번 사건은 오피스텔 임차인들이 피해를 봤다.
관악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70대 임대인 백모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관악구 봉천동 일대 빌라 및 오피스텔 6채를 소유한 백씨는 임차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혐의로 올해 상반기 세입자들에게 고소를 당했다. 현재까지 피해자 수는 약 80명, 미반환 보증금은 1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입자들에 따르면, 백씨는 작년 초부터 일부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고 한다. 작년 하반기엔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늘어났고, 올해 초 세입자들이 공론화 및 집단행동에 나섰다. 백씨 소유 오피스텔에서 사는 세입자 A(31)씨는 "당시 재계약을 안 하려고 했는데 백씨가 '상황이 어려워 다음 임차인이 올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1년 연장 계약을 했지만 아직까지 2억3,000만 원 상당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세입자들은 백씨가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음에도 세입자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세입자 최모(34)씨는 "작년 초부터 보증금 관련 문제가 발생한 정황이 있음에도 최근까지도 세입자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현재 오피스텔을 제외한 백씨 소유 빌라 5채는 모두 압류되거나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애초 고의로 속였다(기망행위)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보증금을 못 돌려줄 것을 알고도 세입자를 받은 것은 사기죄 입증의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특히 빌라보다 상대적으로 전세사기에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오피스텔에서 피해가 발생해 세입자들의 충격이 크다. 실제로 백씨는 "다세대주택(호별 구분등기)은 각 호실별로 소유권이 분리돼있기에 전세사기를 당해도 소유권이 임차인에게 넘어가니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말하며 세입자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오피스텔은 보증금이 시세보다 훨씬 비싼 '깡통주택'이라, 세입자들은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손해가 불가피하다. 알고 보니 백씨는 직접 건설사를 운영하며 자신과 아내, 아들 3명의 공동 명의로 건물을 직접 세웠다.
청년층이 많이 사는 관악구에서 전세사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서울시의회 김종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전세사기 피해 현황을 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 24일까지 서울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 4,485건 중 관악구는 904건으로 강서구(916건)에 이어 두 번째 전세사기 빈발 지역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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