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아동, 보호자 동의 없이도 치료 받아야" 66%···의료적 자기결정권 필요 시사

입력
2024.09.21 13:00
15면
0 0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치료 동의는 의료윤리와 인권의 기본원칙 중 하나다. 이는 환자가 자신의 건강과 치료에 관련된 모든 결정에 대해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는 환자의 인권보호와 자율성 보장의 핵심이며 현재 의료체계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아동(만 18세 미만)은 자신의 치료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제시하거나 주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며 아동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아동권리보장원과 한국리서치는 지난 7월 26~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아동의 생명 및 건강권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아동의 치료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했다.


'아동 치료 결정, 부모가 전적으로 결정해야' 8%에 불과

우리나라는 아동의 치료에 대한 결정을 주로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인 보호자가 대신하고 있으며, 법적으로도 아동의 동의능력이나 치료거부 능력에 대한 보호조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도 아동에게 치료에 대한 결정 능력이 없다고 인식한 응답자는 53%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의 51%는 아동이 자신의 치료에 대해 동의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동에게 치료에 대해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 판단하는 가능 나이로는 만 15-17세(고등학생)부터라는 응답이 51%로 가장 많으며, 만 12-14세(중학생) 32%, 만 6-11세(초등학생) 14%로 그 뒤를 잇는다. 출생 직후부터 만 2세까지 경우에도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는 응답이 1%이다.

이처럼 아동의 치료결정 능력에 대해 조사대상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동시에 절반은 아동이 자신의 치료에 대해 동의하거나 거부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동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아동이 치료를 결정할 때, 아동이 전적으로 결정하기보다 부모 등 보호자가 결정하고 아동이 이에 동의하는 형태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54%로 가장 많다. 아동이 결정하고 부모 등 보호자가 동의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견은 36%이다. 이와는 달리 보호자 등 부모가 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8%에 불과하다. 이는 아동의 치료 결정과정에서 부모나 보호자의 역할 못지않게, 아동 스스로의 의사결정도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특히 이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연령에 따라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시대의 변화와 교육수준 등이 아동의 의료적 자기결정권 인식과 긴밀하게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이 높을수록 ‘보호자가 결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으며(18-29세 6%, 30-39세 5%, 40-49세 10%, 50-59세 8%, 60-69세 10%, 70세 이상 10%), 연령이 낮을수록 ‘아동이 결정을 주도하고 보호자가 동의’하는 방식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18-29세 52%, 30-39세 42%, 40-49세 35%, 50-59세 35%, 60-69세 25%, 70세 이상 29%). 특히, 18-29세 연령층에서 아동의 결정권을 지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보호자가 결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으며(고졸이하 10%, 대재이상 6%),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아동이 결정을 주도하고 보호자가 동의’하는 방식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경향(고졸이하 34%, 대재이상 38%)이 나타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아동의 결정권을 지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아동의 의료적 자기결정권이 기본 권리로 보장돼야" 75%

아동의 연명의료 및 연명의료중단 결정 시에는 아동에게 의료적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응답이 81%로 매우 높다. 임종과정에 있는 아동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시행 또는 중단 결정권에 대해서는 아동이 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5%에 그쳤지만, 아동이 결정하고 부모 등 보호자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는 의견은 45%이다. 이는 중요한 의료적 결정을 내릴 때에는 아동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아동의 이해와 참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동이 임신을 하거나 성매개 감염병 등 공개하고 싶지 않은 질환에 걸린 경우, 부모 등 보호자에게 반드시 알리지 않고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66%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다. 이 외에도 부모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아동의 치료를 결정할 수 없다는 의견은 74%로 다수를 차지한다. 민감한 의료상황에서 아동의 프라이버시와 권리 보호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아동의 신체적 변화(임신, 성병 등) 및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 (우울증, 조현병 등) 부모 등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나

아동의 신체적 변화(임신, 성병 등) 및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 (우울증, 조현병 등) 부모 등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나


앞으로 아동의 의료적 자기결정권이 기본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75%로 나타났다. 이는 의료영역에서 아동의 권리가 중요하며, 아동의 생명 및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아동의 자기결정권 강화 필요성, 치료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보호자의 권한(역할)과 아동 권리 간의 균형, 민감한 의료상황에서의 아동 권리 보호, 의료적 자기결정권의 기본권 보장 필요 등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화두를 제시한다.

이와 동시에 아동에 대한 단순한 보호 차원을 넘어, 아동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인정받고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생명과 건강에 대한 아동의 기본 권리가 더욱더 잘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이 강화되고 법적 및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김시아 아동권리보장원 정책평가연구부 부연구위원
민소영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본부 본부장
최광선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 부서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