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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엄마가 무슨 대학엘 가냐고?...결국 이루는 사람은 시작한 사람이니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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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엄마가 무슨 대학엘 가냐고?...결국 이루는 사람은 시작한 사람이니까!" [인터뷰]

입력
2024.09.18 15:43
수정
2024.09.18 17:45
20면
0 0

웹툰·책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 펴낸
창작자 작가1·대학생 엄마 인터뷰
50대에 간호사 꿈 이룬 엄마의 생활기

인스타그램에 연재한 웹툰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를 단행본으로 펴낸 작가1(오른쪽)과 웹툰 주인공인 엄마. 작가1이 평소 그림체로 그렸다.

인스타그램에 연재한 웹툰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를 단행본으로 펴낸 작가1(오른쪽)과 웹툰 주인공인 엄마. 작가1이 평소 그림체로 그렸다.

평생을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간호사를 꿈꿨던 50대 엄마는 만학도 전형으로 간호대학에 갔고, 웹툰 작가인 둘째 딸은 엄마의 도전과 성취를 웹툰으로 그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웹툰 제목은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 1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지켜본 엄마의 대학생활기를 최근 단행본으로 펴낸 작가1과 그의 엄마를 서면으로 만났다. 두 사람은 이름, 나이, 사진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모녀에게 먼저 서로의 소개를 부탁했다. 엄마는 딸을 “정말 신기하고 자랑스러운 아이”라면서 “큰일이 아닌 것 같은 일상을 소재로 책까지 출판할 줄은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작가1은 엄마를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언제나 깨어 있고 발전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분”이라고 소개하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대학에서 ‘요즘 애들’과 어울려 다니며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세요. 딸인 제가 봐도 존경스러우신 분입니다.”

엄마가 대학에 가면 왜 안 돼?

책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에서 세 아이를 둔 엄마는 동료 간호조무사의 말을 듣고 간호사라는 과거의 꿈을 이루기로 한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책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에서 세 아이를 둔 엄마는 동료 간호조무사의 말을 듣고 간호사라는 과거의 꿈을 이루기로 한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엄마는 “급여도 많고, 대우도 그렇고, 간호대에 갈걸 그랬어”라는 동료의 한탄에 묻어뒀던 자신의 꿈인 간호사를 떠올렸다. “돈도 없는데 계집애가 무슨 대학”이냐는 타박에 20대 시절엔 포기해야만 했던 간호대 입학이었다. 세월이 흘러 세 아이의 엄마가 된 그의 등을 “지금이라도 가라”며 적극적으로 밀어준 건 큰딸과 둘째 딸이었다.

“(간호대) 입학 원서를 넣으며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세상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직감이 들었다”는 엄마는 마침내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면서도 ‘이래도 되나’를 끊임없이 묻던 대학생 엄마와 달리 딸인 작가1은 “사실 별생각 없었다.” ‘엄마가 대학에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대단한 결심 없이도 적극적으로 응원할 수 있었다는 것. 그는 “어떻게 보면 무책임했지만, 그 덕분에 엄마가 밀려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갔으니 의미 있는 무책임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나이 먹은 아줌마가 대학은 무슨 대학!”

웹툰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에서 처음 대학에 간 엄마는 동년배의 만학도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1 인스타그램(@offthe_0931) 캡처

웹툰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에서 처음 대학에 간 엄마는 동년배의 만학도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1 인스타그램(@offthe_0931) 캡처

만학도 전형으로 간호대에 합격했지만, 52세의 대학생 엄마는 딸보다 어린 대학 동기들과 함께하는 생활에 두려움도 느꼈다.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고 온 또래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입학하고 나서야 알았다. 평소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대학생 엄마는 때론 딸의 옷을 훔쳐 입고 나가고, MBTI(성격유형검사)를 배우며 ‘인싸(인기인)’가 됐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컴맹’인 대학생 엄마에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은 큰 장벽이었다. 엄마는 “컴퓨터 작동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온갖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니 눈앞이 캄캄했다”고 전했다.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 작업, 넘치는 과제에다 “나이 먹은 아줌마가 대학은 무슨 대학”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같은 주변의 말에 괴로울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지금 말할 수 있다. “나는 해냈고, 내 꿈을 이뤘다”고. 또 “결국 이루는 사람은 늦은 때라도 시작한 사람들”이라고.

“결국 웃은 건 가장 늦을 때 도전한 나”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작가1 지음·위즈덤하우스 발행·400쪽·1만8,000원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작가1 지음·위즈덤하우스 발행·400쪽·1만8,000원

“아줌마의 마지막 유난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봐 달라”는 엄마를 향해 무수한 독자들이 응원을 보냈다. 작가1은 “한 30대 독자님은 ‘작가님의 웹툰을 보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제 수능 보러 갑니다’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 면허증을 딴 대학생 엄마는 정신병동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작가1은 후속작 ‘대학생 엄마가 정신병동으로 출근했다’를 연재 중이다. “나를 소재로 한 웹툰이라니, 사람들이 좋아할까”를 걱정했던 엄마의 이야기는 이제 책으로 묶여 나와 독자들에게 읽히게 됐다. “책을 '50대 아줌마가 무슨 대학이냐'던 사람들에게 나눠 줄 것”이라는 엄마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할 거라고 했다. “나는 대학 간호학과에 가서 기어코 간호사가 되었지만, 나를 비웃었던 너희들은 나와 달리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웃은 건 가장 늦을 때 도전한 나였다”고.

52세의 나이에 간호대에 입학한 엄마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린 작가1. 여성 창작자인 그는 '탈코일기' 'B의 일기' 등을 쓰고 그렸다. 작가1 제공

52세의 나이에 간호대에 입학한 엄마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린 작가1. 여성 창작자인 그는 '탈코일기' 'B의 일기' 등을 쓰고 그렸다. 작가1 제공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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