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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이 휘어 보이고, 사물 중심이 검게 보인다면…

입력
2024.09.22 07: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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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주광식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주광식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60세 이상에게서 발생하는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제때 진단해 치료받지 못해 실명하는 이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주광식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60세 이상에게서 발생하는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제때 진단해 치료받지 못해 실명하는 이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나이 관련 황반변성(AMD·노인성 황반변성)'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점차 중심 시력이 감소하거나 선이 휘어 보이는데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실명할 수 있다. 60세가 넘어 발생하는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이다. 유전적 요인, 흡연, 식이 습관, 고혈압, 비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주광식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를 만났다. 주 교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누구나 발생할 수 있기에 50세가 넘었다면 안저(眼底)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며 “가장 큰 실명 원인인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제때 치료받으면 시력을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란.

“황반(黃斑)은 우리 눈 안쪽 부위를 덮고 있는 망막의 중심 부위다. 정밀한 시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문제가 생기면 사물이 왜곡돼 보이거나 심하면 암점이 발생해 시야가 일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황반에 문제가 생기는 여러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은 건성(乾性·초기 단계)으로 시작되는데 이때에는 별다른 증상이 거의 없다. 40세가 넘으면 6% 정도 노출된다. 건성 황반변성이 심해지면 습성(濕性) 황반변성이나 위축성 황반변성으로 악화할 수 있다.

50세 이상에게서 황반변성의 10% 정도가 습성으로 진행되며, 변형시(사물이 휘어져 보임), 시력 감소가 나타난다. 더 진행하면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가운뎃점이 생기고, 점점 커지다가 중심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위축성 황반변성도 건성 황반변성이 심해진 상태로 망막 황반 시세포와 망막 상피세포, 맥락막 모세혈관이 소실돼 나타난다. 사물이 흐릿해 보이거나 어두운 곳에서는 시력이나 색감이 더 떨어지기도 한다. 위축성 황반변성은 습성 황반변성보다 느리게 진행하지만, 망막 시세포와 망막 상피세포가 서서히 되기에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때가 많다. 황반변성 환자 중 습성과 위축성에 의한 시력 손실 비율은 8 대 2 정도로 추정된다.”

-어떻게 진단하나.

“나이 관련 황반변성의 주원인은 환자의 생체 나이다. 40대 유병률은 3.4%, 50대는 14.2%, 60대는 17.4%, 70대 이상은 24.8%로 나이가 들면서 유병률도 꾸준히 올라간다. 나이 외에는 흡연,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CFH·ARMS2 등 유전자 변이로도 발생한다.

황반변성은 안저 검사나 빛간섭단층촬영(OCT)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다. 안저 검사는 동공을 넓혀(散瞳) 안저를 관찰하거나 사진 촬영으로 진단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무(無)산동 광각 안저 촬영 검사도 나왔다. OCT 검사는 인체에 무해한 빛 간섭 현상을 이용해 황반을 단층 촬영해 진단하는 것이다.

또한 습성 황반변성 원인이 되는 맥락막 신생 혈관 발생 여부나 위축성 병소가 발생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전에는 정밀 진단을 하기 위해선 조영제를 사용했지만 이젠 신생 혈관을 시각화하는 OCT 혈관조영술도 개발됐다. 위축성 황반변성으로 진단되면 자가 형광 안저 검사를 반복해 범위와 진행 속도를 알 수 있다.”

-어떻게 치료하나.

“초·중기 건성 황반변성이라면 위험 인자를 없애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꾸준한 운동으로 신체 나이를 낮추고 녹황색 채소·생선 등을 주로 먹는 식단을 하는 것이 좋고, 금연·고혈압 치료 등도 도움 된다. 루테인 복합 제제,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C·E, 구리, 아연, 지아잔틴 등 항산화제도 좋다. 중기 건성 황반변성에서는 항산화제를 먹으면 습성 황반변성이나 위축성 황반변성의 진행을 절반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 6개월마다 안과를 찾아 추적 관찰을 하는 게 좋다. 습성 황반변성이라면 눈 흰자인 공막에 1~4개월에 한 번씩 주사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현재는 대표적으로 아바스틴 등 5가지 약이 쓰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국내 임상 시험 중인 ‘Port Delivery System’도 있다. 쌀알 크기의 포트(Port)를 눈에 심고 약물이 서서히 흘러나오는 방식으로 6개월을 주기로 약물을 충전한다. 이외에 다양한 약물의 특허가 풀리고 바이오시밀러 약제가 개발되면서 건강보험을 받지 못하는 환자도 저렴한 가격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위축성 황반변성 치료는 지난해에야 FDA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쓰이지 못하고 있다. 시력 개선 효과는 없지만 진행을 20~30% 늦출 수 있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데.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50세가 넘으면 매년 정기적으로 안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황반변성을 조기 발견할 수 있고 당뇨망막병증·망막혈관폐쇄·망막전막 등 망막 질환과 녹내장·시신경 이상 등도 알아낼 수 있다. 이 밖에 체크 모양의 판인 ‘암슬러 격자’로 황반변성을 자가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주기적으로 암슬러 격자의 가운데를 응시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휘어져 보이거나, 선이 끊어져 보이거나 암점이 나타나면 안과를 찾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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