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되면 에어컨 끄고 팥죽 먹겠다"
유례없는 늦더위에 "추석 아닌 하석"
24절기, 실제 계절 변화와 불일치
한 해를 24개의 계절로 나눈 '절기(節氣)'가 뒤늦은 폭염을 반영하지 못하자, 겨울의 절정인 동지(冬至)에야 더위가 물러갈 것이라며 "동지 매직(동지+마법)을 기다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장기 기후 분석에서도 여름의 시작이 예년보다 빨라지고 여름의 길이가 길어져 24절기와 실제 계절이 맞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처서 매직(처서+마법)이 없어진 지금, 유일한 매직'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동지에는 밤이 길어서 더위가 가실 것"이라며 "동지에는 에어컨을 끄고 펄펄 끓는 팥죽을 먹겠다"고 썼다. 올해 동지는 양력으로 12월 21일로,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몰아낸다는 의미로 붉은색 팥죽을 먹는 풍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한겨울을 일컫는 동지에나 더위가 가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 것은 앞서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立秋·8월 7일), 더위가 한풀 꺾여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다는 처서(處暑·8월 22일)에도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처서 매직'도 소용이 없어지자, 완연한 가을이 시작되고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9월 7일) 매직'이란 신조어까지 나왔지만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18일 전국 183개 기상특보 구역 중 91%인 166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졌고, 서울은 이날 역대 가장 늦은 폭염 경보를 기록했다. '추석(秋夕)을 하석(夏夕)으로 불러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 농사 시기를 가늠하기 위해 중국에서 유래한 24절기는 점점 한반도 계절 변화와 불일치하고 있다. 기상청이 2021년 발표한 최근 100년(1912~2020년) 기후변화 추세분석 결과를 보면, 최근 30년(1991∼2020년)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연평균기온이 1.6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계절의 시작 지점과 계절 길이도 변화했는데,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가장 추운 절기인 대한(大寒·1월 20일)과 소한(小寒·1월 6일)에도 영상 기온을 보이거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3월 5일)이나 여름 시작을 나타내는 입하(立夏·5월 5일) 시기에 과거 기온이 나타나는 시점이 각각 13일, 8일 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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