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진입 경주시, 농업관 준공
파파야·커피 등 50여 종 선보여
경북도, 조직 개편해 집중 연구
고품질 작물 재배 기술도 개발
기온 상승에 관심 농가 늘어
정부도 아열대 실증센터 추진
지난 5일 오전 찾은 경북 경주시 내남면 신농업혁신타운 아열대농업관. 경주시가 지난달 말 초등학교 교실 4개를 합친 면적(760㎡)에 자몽과 바나나, 애플망고 등 열대작물 50종을 심어 완공한 이곳은 대표적인 열대 과수인 파인애플이 성인 주먹만 한 크기로 자라 여기저기 솟아나 있었다. 또 내부 길을 따라 심은 나무에는 귤과 파파야, 커피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아열대농업관은 경주시가 지난해 10월 착공해 18억 원을 들여 아열대 작물만 키우는 유리온실이다. 지구온난화로 경주 지역에 아열대 재배 농가가 늘자, 경주시가 홍보용으로 조성했다. 실제로 경주지역은 2010년대 초반부터 한라봉 재배에 본격 나서 ‘경주봉’이라는 이름을 붙여 전국에 판매하고 있다.
경주시 농업기술과 시험연구팀 김기영 주무관은 “경주는 지난 2022년 월평균 10도 이상인 달이 연간 8개월 이상 돼 아열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농업관에서는 지역에서 재배 중이거나 앞으로 육성할 작물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온난화로 경주처럼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지역이 늘고 재배 면적이 확대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아열대 작물 육성에 나서고 있다. 19일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농가 7,338가구가 약 4,125헥타르(ha)의 아열대 작물을 재배했다. 이는 2020년 1,376가구, 311.4ha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자치단체들은 지역의 기후 특성을 분석하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유망 과수를 탐색하는 한편 조직 개편과 환경 관리, 병해충 방제 등 재배 기술까지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경북도 농업기술원은 지난 7월 기존 ‘원예종묘팀’을 ‘아열대연구팀’으로 개편했다. 이어 지역 유명 과수로 열대 과일에 속하는 애플망고와 용과, 리치, 페이조아 등에 대한 실증연구를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아열대 기후 대표 과수인 한라봉과 레드향, 황금향, 천혜향 등 만감류 4가지 품종의 재배기술 매뉴얼을 각각 발간해 배포했다. 갈수록 무더운 날씨가 길어지면서 열대 작물 재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재배 농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에선 경주를 비롯해 포항과 영덕·울진 등 4개 시·군이 2022년 아열대 기후에 진입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경북도 내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은 53.96㏊로, 3년 전보다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숙 경북도농업기술원장은 “지난 2021년 아열대 작물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했고, 아열대 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재배 농가를 육성하고 있다”며 “아열대 기후가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 고품질 작물 재배 기술 확보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처음으로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고 연구하는 실증센터 구축사업에 나섰다. 농촌진흥청은 전남 장성군과 함께 지난 4일 장성군 삼계면에서 ‘국립 아열대 작물 실증센터’ 기공식을 가졌다. 이 실증센터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아열대 작물의 국내 재배 가능성을 연구하고 적합한 작목 등을 찾아내 미래 농업을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사업비 370억 원을 투입해 2026년 7월까지 22만7,783㎡의 면적에 노지와 온실 등 시험재배 시설을 구축한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장성군은 농가 12곳에서 3.8㏊ 규모로 레몬을 재배해 올가을 첫 출하를 앞둘 정도로 아열대 작물 재배가 활발하다”며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가 차질 없이 완공돼 국가 미래농업을 선도하는 핵심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군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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