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의료급여 수급자가 퇴거해도
가족은 그대로 살도록 길 열어
거주자 대다수 고령자...정비 사업도 필요
앞으로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이 요양원에 입소하더라도 가구원은 살던 집에서 그대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영구임대주택 거주자 10명 중 8명이 고령자인 상황에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생계급여나 의료급여를 수급하는 임차인이 사회보장시설에 입소해 공공임대주택에서 퇴거할 경우 가구원이 임차권을 양도받을 수 있다. 사회보장시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규정한 보장시설로 장애인 거주시설, 노인주거복지지설, 노인의료복지시설, 정신요양시설 등이다.
이에 따라 아프거나 고령인 임차인과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주거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는 임차인이 결혼하거나 이혼해 퇴거할 때만 임차권 양도를 허용한다. 이로 인해 공공임대주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회보장시설 입소와 관련해 퇴거해야 하느냐는 상담글이 적잖게 올라왔다. 할머니가 치매를 앓아 요양원에 입소하면 동거인은 퇴거해야 하는지 묻는 식이다. 임차인이 오랫동안 집을 비운 사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실태조사에서 드러나 집을 비워줘야 하는지 등의 문의도 심심찮게 게재됐다.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구임대주택 18곳과 국민임대주택 12곳의 거주자 가운데 만 65세 이상은 각각 81%와 69.5%에 달했다. 한국은 내년 전체 인구 가운데 고령자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할 전망인데, 장기 공공임대주택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임차권 양도 등 제도 개선만큼이나 공공임대주택의 물리적 주거환경 정비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고령 거주자 대다수는 살던 집을 떠나길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주택연구원이 2021년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1만 가구를 설문한 결과, 이사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영구임대주택 거주자는 2.3%에 그쳤다. 이사를 계획한 중장년 가구 비중도 2.5%뿐이었다. 특히 이 비중은 노인 가구에서는 1.3%로 더 낮았다. 노인 가구에 공공주택이 마지막 거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정비 사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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