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앞두고 숨가쁜 젤렌스키… 바이든에 "퇴임 전 안전 보장" 요구

'미국 미사일로 러 본토 타격 허용' 요구
이달 26일 워싱턴 정상회담서 이어갈듯
'우크라 지원 축소' 트럼프 회담도 타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1일 수도 키이우의 한 행사에 참석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퇴임 전 우크라이나에 확실한 안전보장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가 바뀔 가능성을 우려해 바이든 정부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개월 고위급 로비에도 승인 없다"토로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수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우크라이나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은 '서방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달라'는 기존 요구를 재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구한 '확실한 안전보장 장치'의 핵심이 결국 '러 본토 타격'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내부를 타격할 수 있어야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침공을 물리칠 수 있다고 보는데,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확전 우려 탓에 이를 허용해주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미국 등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서 어떤 목표물에든 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았다"며 "수개월 걸친 고위급 로비에도 아무런 승인 신호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구조당국 관계자들이 21일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 공습을 받아 무너진 건물 인근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측 공격으로 최소 12명이 다쳤다고 하르키우 지역 당국은 밝혔다. 하르키우=EPA 연합뉴스

"'승리 계획' 올해 12월 전 시행"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26일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미사일 타격 제한 해제' 설득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지난 18일 발표한 우크라이나 측 '승리 계획'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이 계획에 담긴 제안이 올해 12월까지 이행돼야 한다고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러 본토 타격'이 승리 계획의 핵심 요구 중 하나다.

'차기 신(新) 권력 후보군'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만날 예정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회담은 이미 예정됐고,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접촉하고 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밝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간 '백악관 재집성 땐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하겠다'고 시사해 온 만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26, 27일 중 트럼프와 만나 '지원 유지'를 설득하고자 한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