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휩쓴 노토반도, 48년 만에 기록적 폭우
산사태·침수로 6명 사망, 8명 실종 상태
"1년에 재해를 두 번이나" 주민들 망연자실
올해 1월 1일 발생한 규모 7.6 강진 탓에 지금도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인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가 이번에는 수마에 휩쓸렸다. 기록적 폭우로 22일까지 6명이 사망하고 8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주민들은 임시 주택마저 물바다가 돼 또다시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22일 일본 NHK방송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정오까지 72시간 동안 노토반도 북부 와지마시와 스즈시에는 각각 505.5㎜, 401.5㎜의 비가 내렸다. NHK는 "평년 9월 이 지역 한 달 치 강수량의 2배 수준"이라며 "1976년 이후 사상 최대 강우량"이라고 전했다. 저기압 영향으로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는 '선상 강수대'가 형성돼 이날 아침에도 노토반도 일부 지역에는 시간당 4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일본 기상청은 전날 이 지역에 호우 특별경보를 발령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지만, 산사태와 침수에 따른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요미우리는 "이날 사망자가 5명이 추가돼 6명으로 늘었다"고 전했고, 이시카와현 당국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8명이 실종됐다"고 집계했다. 숨진 피해자는 스즈시에서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집 안에 있던 70대 남성과 와지마시 강에서 발견된 3명(연령 미상)으로 파악됐다. 산사태로 국도 249호 나카야터널에 갇힌 두 명도 끝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실종자도 곳곳에서 나왔다. 와지마시 후테가와마치에서는 주택 4개 동이 강물에 떠내려가는 바람에 주민 4명이 실종됐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노토반도 마을 115곳이 고립됐고 임시 주택 9곳이 침수됐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이시카와현 내 23곳의 하천이 범람했다.
이시카와현 주민들은 지진 발생 1년도 안 돼 다시 한번 자연재해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자 망연자실해하는 모습이다. 현내 7개 지역 13만 명 이상 주민에게는 피난 지시도 내려졌다.
몬젠마치에 사는 30대 니시야마 아키시로는 아사히에 "집 부근 강이 범람해 가족 4명이 대피했다"며 "지진에 폭우까지 1년에 두 번이나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임시 주택에 머물며 매일 자택 복구 작업을 해 온 70대 야마자키 스스무는 임시 주택에서도 빠져나온 뒤 "지진 이후 체육관에서 2개월 반을 지내 (익숙해져) 괜찮지만, 앞으로 집 복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계속되는 대규모 재해에 주민들이 좌절감에 빠졌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취재진에게 "미국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전화로 피해 상황을 보고했다"며 "기시다 총리가 '지진 복구 중인 점을 고려해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 요구를 파악해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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