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500㎖ 맥주 6캔 1만원
세븐일레븐은 '캔 4개에 4,000원' 판매
880원 컵라면, 990원 우유도 등장
오리온 하반기 전략도 '1,000원 스낵'
고물가 장기 불황에 가성비 수요↑
최근 편의점·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서 1,000원대 초(超)저가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맥주·과자 같은 가공식품은 물론, 삼겹살(100g)이나 기초 화장품까지 초저가 라인업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계속되는 고물가에 지쳐 허리띠를 졸라매는 짠물 소비족의 지갑을 열기 위해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포주 아닌 '찐' 맥주가 1,600원?
롯데마트는 25일까지 전 점포(롯데슈퍼 포함)에서 '국민맥주 라거편' 500㎖ 캔 6개를 9,96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한 캔당 1,660원꼴이다. 국민맥주는 옥수수나 쌀, 밀 등을 넣지 않고 100% 맥아(몰트)만 쓴 올 몰트 맥주다. 국산 올 몰트 맥주(2,800원·500㎖) 대비 40%가량 저렴하다. 가격만 따지면 맥아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발포주(유사 맥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재료를 대량으로 사들여 원가를 낮췄다"고 했다.
8월 초 홈플러스는 1,000원 맥주 '타이탄'을 출시해 사흘 만에 초도 물량 500㎖ 7만 캔을 완판했다. 현재 2차 판매(50만 캔)가 진행 중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16일 선보인 1,000원 맥주 '버지미스터', '프라가 프레시(발포주)'도 2주 동안 500㎖ 35만 캔이 팔렸다. 2023년부터 편의점의 수입 맥주 4캔 묶음 행사 가격이 1만2,000원까지 오르면서 초저가 맥주 수요가 늘어나는 셈. 이에 롯데마트도 초저가 제품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초저가 경쟁은 맥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880원 컵라면' '990원 스낵'을 선보여 인기를 얻은 편의점 CU는 지난달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두부 한 모(300g)를 1,000원에 출시했다. 보름 만에 3만여 개가 동났다. 집과 가깝지만 마트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많은 편의점이 두부, 콩나물 등 저렴한 신선 식품을 내세우며 장보기족까지 흡수하고 나선 것. 마트들도 가성비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캐나다산 삼겹살과 목살을 100g당 990원에 판매했다. SSG닷컴도 깐마늘, 대파 등 6종 채소를 '하루 채소' 이름으로 1,000원에 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트 입장에서 소포장, 저가형 제품은 마진이 별로 없다"고 했다.
욜로는 끝났다
유통업계가 마진을 최소화하면서까지 초저가 경쟁에 나서는 것은 내수가 좋지 않아서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분기(4~6월) 102(2020년을 100으로 본 상대적 지수)로 1년 전보다 2.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가계 소비 여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2030을 중심으로 '요노(YONO·You Only Need One)'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이는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구매는 최대한 자제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그만큼 가성비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1~8월 GS25와 CU의 1,000원 이하 상품군 매출은 1년 전보다 각각 39.4%, 27.3% 늘었다. 오리온은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하반기 내수 시장 매출 확대 전략으로 '1,000원 스낵'을 꼽기도 했다. 8월부터 포카칩·스윙칩 등 일곱 가지 인기 스낵의 용량을 줄여 1,000원 균일가에 판매 중이다. 이달부터 아모레퍼시픽이 초저가 생활용품점인 다이소에 처음 입점해 스킨토너, 앰플 등을 개당 1,000~5,000원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소비 시장이 초고가와 초저가로 양극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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