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우위 조지아서 수작업 개표 관철
네브래스카 선거인단 독식하려 압박도
해리스에 따라잡힌 ‘선벨트’ 수성 사활
11월 미국 대선을 한 달 반가량 앞두고 일부 주(州)에서 사전 투표가 시작됐을 정도로 선거 레이스가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게임의 법칙’을 흔들고 있다. 승리 지상주의자다운 면모를 드러낸 셈이지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격전지 판세에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조지아의 시대착오
조지아주는 이번 대선 때 전자개표 대신 수(手)개표를 한다고 20일(현지시간) 결정했다. 공화당 우위의 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찬성 3, 반대 2로 새 개표 규칙이 통과된 것이다. 올해 대선에서 개표를 수작업으로 하는 곳은 미국 50개 주 중 조지아가 유일하다.
명분은 개표의 정확성과 투명성 강화다. 그러나 구실일 뿐이고, 정파적 결정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핵심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유리하도록 선관위가 게임 규칙을 바꾸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었다”고 짚었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은 “개표 속도를 늦춰 놓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격한다는 게 트럼프 측 의도”라고 꼬집었다.
실제 반대 의견이 많았다. 선거가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규칙을 바꾸는 건 옳지 않은 데다, 수작업 개표는 투표함 봉인을 반드시 뜯어야 하기 때문에 조작 또는 분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주요 논리였다. 경합지 결과 집계가 지나치게 지연되면 혼란이 초래될 게 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선거인단 훔치기
네브래스카주에서 트럼프 측이 벌이는 일은 더 노골적이다. 선거인단 1명을 막무가내로 빼앗아 오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1위 후보가 주 선거인단 전부를 차지하는(승자독식제) 대부분 주(50곳 중 48곳)와 달리, 네브래스카는 승자에게 연방 상원 몫인 2명의 선거인단만 주고, 나머지 3명은 연방 하원 선거구별 1위 득표자에게 배분된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에 장악된 네브래스카에서 1명을 확보했던 것도 이런 방식 덕이었다.
올 대선에서도 주 최대 도시 오마하가 포함된 2선거구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7개 경합주 중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네바다 등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4곳에서 모두 져도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3곳만 지키면 선거인단 과반(270명)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민주당 계산인데, 네브래스카에서 선거인단 1명을 가져온다는 게 기본 전제다.
그러나 승자독식제가 되면 아슬아슬한 민주당의 접전 승리 구상이 망가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5명을 전부 갖게 되기 때문이다. ‘269명 대 269명’ 동률이 되면 캐스팅보트는 현재 공화당이 근소한 다수인 연방 하원이 쥐게 된다. ‘트럼프의 측근’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이 최근 네브래스카주를 찾은 것은 당내 반대파 압박을 위해서였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러스트벨트’ 어렵다?
공화당이 이렇게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는 것은 위기감에서 비롯했다. 지지율 열세를 좀체 만회하지 못하고 있는 러스트벨트를 전부 잃는다고 가정하면, 남는 선택지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따라잡히고 있는 선벨트를 사수하는 길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2차 암살 위기를 넘긴 뒤 첫 야외 유세지로 정한 노스캐롤라이나(윌밍턴)도 선벨트 격전지다. 이날 그는 “트럼프의 재집권 땐 연방 차원에서 임신중지(낙태)가 금지될 것”이라는 해리스 부통령의 ‘위협 공세’를 적극 방어했다. 또 “4년 전에 비해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불행하다”며 자신이 승리해야 여성이 더는 임신중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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