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국’ 인텔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모바일 칩 강자 퀄컴이 인텔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한 자산운용사가 인텔에 50억 달러 투자를 제안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편에선 초기 단계지만 TSMC와 삼성전자가 각각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부펀드와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건설 방안을 논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상징인 인텔은 개인용 컴퓨터(PC)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였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용 칩 생산 요구를 거절하는 등 시장 흐름을 읽는 데 실패한 데 이어 연구개발(R&D) 투자까지 줄이면서 기술 경쟁력을 점점 잃어갔다. 혁신에서 뒤진 결과, 저조한 실적에 주가까지 추락하며 피인수 기업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인텔의 몰락은 반도체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도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없다. 삼성전자도 인텔과 같은 종합 반도체 대기업이다. 다양한 칩을 생산한다는 건 강점이지만 몸집이 커지고 관료화하면서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건 단점이다. 실제로 인공지능(AI) 시대를 내다보지 못한 채 엔비디아의 요청을 문전박대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연구팀을 줄인 건 뼈아픈 대목이다. SK하이닉스도 지금은 HBM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고객사가 한정돼 있다는 건 위험 요소이다. 전반적인 정보기술(IT) 경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한계다. 선행매매 의심도 있지만 모건스탠리 보고서 하나에 두 회사의 주가가 급락한 건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한 데 이어 데이터센터 건설에 군 공병대까지 투입하는 등 반도체와 AI 패권을 위한 국가 총력전을 펴고 있다. 중국은 미국 제재에도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젠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까지 자금력을 앞세워 AI 반도체 투자에 나섰다. 지금은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지만 위기는 자만하는 순간 시작된다. 기업은 핵심 기술과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반도체 지원에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영원한 1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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