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산업부 장관의 약속은 공염불인가

입력
2024.09.25 04:30
6면
0 0

폭염 끝났는데도… 4분기 전기요금 일단 동결
"요금 정상화 노력" 불구 전기료 1년째 그대로
올해 6월 말 기준 한전 연결 총부채 약 203조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택 우편함에 한국전력에서 보낸 전기요금 고지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택 우편함에 한국전력에서 보낸 전기요금 고지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저희가 바라는 건 연료비를 반영한 원가대로 요금을 받는 것뿐입니다.

한국전력 관계자

최근 만난 한국전력 관계자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2021년부터 계속되는 회사의 적자 상황은 예삿일이 돼버렸지만 4분기(10~12월)에는 꼭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던 전기요금 인상이 안갯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 4분기 전기요금 구성 항목 중 하나인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 반면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등에 대한 인상 언급은 또 없었다. 결과적으로 4분기 전기요금은 일단 동결됐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3년 2분기 이후 5개 분기째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

산업부는 "나머지 항목은 언제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말인즉슨, 언제 요금을 올릴지 정해둔 게 없다는 뜻이 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올해 초 취임 후 내내 전기요금 얘기만 나오면 '현실화' 또는 '정상화'를 강조하며 요금 인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왔다. 8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전기요금 인상 시점과 관련해 "폭염 기간이 지나가면 최대한 시점을 조정해서 정상화하겠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요 며칠 정부와 한전의 움직임을 보면 이 말이 무색해진다.

전기요금을 올린다면 폭염이 지나가고 난방 수요가 커지는 겨울철이 다가오기 전인 지금이 적기다. 하지만 한전엔 또다시 희망고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한전 차원의 자구책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마른수건을 쥐어짜며 버티고 있다. 생활물가 잡기, 서민 부담 등 경제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는 재정당국의 결정 과정에서 한전의 경영 부실 해소는 늘 뒷전이었다.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순 있다. 다만 총 부채 때문에 부담해야 할 연 이자가 4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한전의 재무 위기도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오기는 마찬가지다.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약 202조 원으로 대규모 부채 탓에 흑자를 내도 총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단계적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

안 장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싶다. 그런데 공염불이라는 단어가 스멀스멀 떠오른다. 이는 진심이 없이 입으로만 외는, 헛된 염불. 실천이나 내용이 따르지 않는 주장이나 선전의 비유라는 뜻이다.



나주예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