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2년 전 "개발 가치 높은 140필지 선별"
수백억 가치 친일 귀속재산 중 2년간 5.6억 매각
이제 와 "임야 등 매각 용이성 떨어져" 말 바꿔
공개 입찰 소극적...담당 직원도 1명 배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2022년 3월 국가로 귀속된 친일 귀속재산 중 활용도가 높은 140필지를 매각해 독립 유공자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동안 매각된 토지는 2필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부진한 매각 결과에 서울 여의도 면적에 상당하는 수백억 원 가치의 친일 귀속재산이 여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캠코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캠코가 선별 매각을 추진했으나 아직 매각하지 못한 138개 필지의 공시 가액은 약 195억8,700만 원에 달한다. 2009~2010년에 국가보훈처로부터 수탁받았을 당시 공시 가액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시세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면적은 312만 ㎡로 여의도(290만 ㎡)보다 넓다.
일제에 부역한 대가로 축적한 재산을 국민의 재산으로 되돌려놓는다는 취지에서 2005년 '친일 재산 국가 귀속 특별법'이 제정된 후 국가보훈처는 친일 재산 876만 ㎡를 국가에 귀속했으며, 캠코를 통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금액은 독립 유공자 유족 예우와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순국선열·애국지사 사업기금에 전액 납입하고 있다.
하지만 환수 재산 중 상당수가 활용 가치가 떨어지거나 문화재 보존지역 등에 위치해 매각이 쉽지 않았다. 이에 캠코는 2022년 재산의 입지 조건, 개발 가치 등을 고려해 활용도가 높은 재산 140필지를 선별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도 소재 재산이 각각 78필지, 40필지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답 등 경작지로 활용할 수 있는 토지도 다수 포함됐다. 고흠겸(6필지), 고희경(21필지), 김종흡(11필지), 김춘희(14필지), 이해승(1필지), 민영휘(2필지), 홍승목(5필지) 등 악명 높은 친일파들이 소유했던 토지다.
하지만 캠코는 이 중 2023년과 올해 각각 3억9,450만 원, 1억7,153만 원에 2필지를 매각한 것에 그쳤다. 이에 대해 캠코 측은 "2022년 이전에 이미 활용도 및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 위주로 매각이 다수 진행됐다"면서 "잔여 보유 재산 중 다수가 임야 등 매각 용이성이 떨어지는 재산 및 분묘 소재 등이었다"고 해명했다. 불과 2년 전 '개발 가치가 높은 토지'라고 설명했던 것에서 말을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캠코가 매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돼 캠코는 국회에 "공개입찰을 활성화하고 재산 소재 지자체와 협의해 해당 토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친일 귀속재산 매각을 위한 공개 입찰은 10필지에 그쳤으며, 토지 매각을 위해 지자체에 발송한 별도의 공문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캠코 내 친일 귀속재산 매각을 담당하는 직원도 1명에 불과하다.
강 의원은 "친일 귀속재산 매각 업무를 위탁받은 캠코의 매각 계획이 부실하게 수립된 것이 확인됐다"면서 "매각 부진으로 인해 독립 유공자 지원사업에 차질이 빚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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