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방촌동 '소담한상']
지역 내 어르신 15명 공동 운영
월 10회, 평균 50만원 임금 받아
"자존감 높이고 새로운 삶 설계"
손춘도(68)씨는 식당에서 30년 넘게 일한 숨은 음식 고수다. 지난해 7월 식당 일을 그만뒀지만 무료해진 삶에 없던 병이 생길 것만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던 차에 지난 3월 재취업에 성공했다. 장소는 대구 동구 방촌동의 '소담한상'. 자녀들은 어머니가 사서 고생을 하는 것 아닐까 걱정하며 극구 만류했지만 손씨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손씨는 "돈이라도 벌어야 손주들 용돈이라도 줄 수 있지 않겠나"라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게 견디기 어려웠는데 이 식당을 만나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소담한상은 평균 연령 68세의 어르신 15명이 공동으로 꾸려가는 식당이다. 대구 동구의 노인 일자리 시장형 사업의 하나로 동구 산하 동구시니어클럽 주도로 지난해 8월 개업했다. 모두 과거 식당을 운영했거나 식당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이옥주(35) 동구시니어클럽 팀장은 "음식만큼은 논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솜씨 좋은 어르신들이라 단골손님도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식당은 과거 유치원으로 운영되다 폐원한 곳을 리모델링했다. 앞마당에 놓인, 옛 시골집을 연상하게 하는 장독대들이 이곳이 식당임을 알려준다. 하루 평균 40여 명의 손님들도 찾고 있다. 메뉴는 간단하다. '고등어 한상'과 '제육 한상', 돈가스 등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어르신들은 하루 6시간, 월 10회 정도 출근해 평균 50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근무 강도나 업무 시간에 비하면 쏠쏠한 금액이라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채용 당시 경쟁률은 5대 1이나 될 정도였다.
소담한상의 어르신들은 노동을 통한 자기 효능감 확인과 은퇴 이후의 삶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40년 정도 식당일 경력이 있다는 맏언니 안숙희(76)씨는 "식당일을 해봤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며 "자식에게 크게 손을 내밀 필요가 없다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손씨도 "아침에 출근한다고 화장하는 내 모습이 대견할 때가 있다"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 심적으로도 안정감이 든다"고 거들었다.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 어귀에 있는 식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님이 적은 건 아니지만 영업이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 못지않다. 1인 가구 및 노인인구 증가에 맞춰 멸치볶음과 진미채 등 반찬도 소분해 판매하는 한편, 저소득 재가노인 식사배달사업을 통해 밑반찬을 제공하는 등 사업 영역도 확장해 가고 있다. 이옥주 팀장은 "손님들이 늘어나면 더 많은 어르신들을 고용하고 영업시간도 늘릴 수 있다"며 "다양한 연령대 손님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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