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잔디 손상으로 남자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마저 불만을 토로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올해 들어 축구 대관으로만 약 21억 원을 벌어 놓고, 정작 잔디 관리에는 수입의 10% 정도밖에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5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설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올해 8월 말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에 총 2억 5,327만 원을 지출했다. 새로 심을 잔디에 1억 5,346만 원, 잔디 보호용 인조매트 1,994만 원, 농약 및 비료 5,140만 원, 잔디 파종을 위한 오버씨딩기 1,962만 원, 잔디 폐기물처리 용역에 886만 원 등이다.
문제는 잔디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대관료 등으로 얻는 수입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올해 1~8월 사이 축구경기로만 21억 3,258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국가대표 A매치 경기로 9억 9,426만 원, FC서울 경기로 11억 3,832만 원이다. 이와 더불어 가수 임영웅, 세븐틴 콘서트 등 문화행사로 24억 3,447만 원, 일반행사로도 36억 3,846만 원을 거머쥐었다. 8월까지 경기 및 행사 수익이 전체 82억 551만 원에 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행사로 망가진 잔디 관리에는 전체 수익 대비 약 3%만 썼다. 축구로만 한정해도 그 비율이 약 11%에 그친다.
잔디 상태 심각해 A매치 장소도 변경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는 최근 잇따른 폭염과 각종 행사 대관 등으로 급격히 손상된 와중에 관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손상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선수와 팬들 사이에선 '논두렁' '지뢰밭' 등으로 불릴 정도다. 앞서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 홈경기 때는 손흥민이 "기술 좋은 선수들이 (잔디 때문에) 볼 컨드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잔디 상태가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내달 15일로 예정된 이라크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4차전 장소는 결국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됐다. 전날 대한축구협회는 "서울월드컵경기장 현장실사를 통해 잔디 상태를 확인한 결과 현 상태로는 잔디 보식 등 여러 방안을 최대한 동원해도 이라크전까지 경기장 잔디 상태를 현격히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위성곤 의원은 "(잔디 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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