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지지율, 가자지구 전쟁 이전 수준 회복
'저항의 축' 전선 넓히자 내부 결속… 반전 성공
'도박' 이어가는 동안… 휴전 기약 없는 가자전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는 배경에는 최근의 지지율 상승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 위협으로 국내 여론이 결속된 덕에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이득을 누리는 셈이다. 핵합의 복원과 서방의 제재 해제를 원하는 이란이 행동을 자제하는 동안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에게 나쁠 것 없는 여론 지형을 유지하기 위해 확전이라는 도박을 벌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헤즈볼라 파괴로 네타냐후 정치생명 길어져"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수위를 끌어올린 배경을 놓고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공격으로) 훼손된 평판을 회복할 시간을 벌 수 있고, 가자지구에서의 끝없는 소모전과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로부터 국민의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정치적 이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여론은 전쟁이 확장 국면을 맞을 때마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가다. 이달 19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리쿠르당의 지지율은 24%로 선두다. 작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안보 실패론'에 휩싸이며 올 1월 16%까지 하락했던 지지율이 결국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다.
바닥을 기던 지지율 흐름이 반전된 것은 전쟁이 반(反)이스라엘 세력인 중동 내 이란 중심 이슬람 '저항의 축' 전체로 확장된 덕이다. 이란과 본토 공습까지 주고받는 등 적의 위협이 거세지자 내부 여론이 결집한 결과라고 FT는 분석했다. 특히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헤즈볼라를 겨냥한 '무선호출기(삐삐) 폭탄' 공격 등 공세의 차원이 달라질 때마다 이런 양상이 반복됐다.
헤즈볼라에 '더 공격적으로 나가라'는 여론도 우세한 상황이다.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8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67%였다. 47%는 더 나아가 "레바논의 사회 인프라(기반시설) 등 더욱 깊숙한 곳까지 공격해야 한다"고 답했다.
게일 탈시르 히브리대 정치학 교수는 WP에 "헤즈볼라를 파괴할수록 네타냐후는 정치적 힘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을 촉구하던 반정부 시위도 기세가 꺾일 수 있다. 뇌물수수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나라 안보가 위태로워야 정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다.
기약 없는 가자 휴전… 이스라엘은 전쟁 지속 채비
서방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목이 레바논 전선으로 옮겨가면서 1년째 '재앙'에 가까운 인도적 위기를 겪어 온 가자지구 상황이 외면받을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3, 24일 레바논에서 대규모 폭격 작전을 벌이는 동시에 가자지구에도 공습을 이어갔다. 미 뉴욕타임스는 가자지구의 현 상황을 "수십만 명이 이스라엘이 지정한 인도주의 구역의 원시적 텐트에 몰려 매일 식량·물을 찾아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묘사했다.
가자지구 전쟁 종전을 요구하는 헤즈볼라에 총공세를 택한 시점에 이미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은 사실상 기약이 없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재무부는 내년도 예산안 초안에 전쟁 비용 충당을 위해 각종 세액공제 중단, 증세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전쟁 지속 신호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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