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기수 1292기 26일 전역
전역 하루 전 아들에게 편지
"아들 희생 진실 밝혀지길"
경북 예천지역 폭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소속 고 채수근 상병의 동기인 해병 1292기가 26일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는 가운데, 전역일을 하루 앞두고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편지를 쓰며 애끊는 마음을 드러냈다.
채 상병의 어머니 A씨는 25일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홈페이지에 '그립고 보고 싶은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썼다.
A씨는 "포항 시내 거리마다 온통 벚꽃이 만개해 너무나 예뻐서 몇 번이나 아들과 환호성을 지르던 입대날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며 "엄마는 매번 아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백 번 하며 지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내일이면 전역인데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돼 가슴이 아린다. 아들이 지금 군 생활을 하고 있었으면 (전역에 앞서) 미리 숙소 예약하고 아들 만나서 아빠랑 내려올 텐데"라며 "다른 동기들이 다 누리는 작은 기쁨마저도 우린 누릴 수 없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고 털어놨다.
또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 많이 만들어 놓고 또는 어느 음식점에 가서 먹을지 여러 군데 검색했을 텐데, 아들이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현실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1292기수 1,012명 중 아들만 엄마 품으로 돌아올 수 없어 목이 멘다"고 적었다.
이어 "엄마는 아들이 없는 곳에서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일상은 흐르는데, 매일 아들과 나눈 말들이 생각이 나서 미칠 것만 같다"며 "너무 받아들이기가 싫다. 아들이 없다는 현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혼자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며 있을 때가 많다. 이런 감당하기 어려운 제일 겪지 말아야 할 일이 우리 일이 될 줄, 너무나 가슴이 먹먹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 책임자를 밝혀달라 엄마가 냈던 이의 신청도 감감무소식이라서 답답하기만 하다"며 "왜 구명조끼를 미착용한 상태로 투입 지시를 했는지, 육군은 위험을 감지하고 철수했는데 왜 해병대는 강행해 아들이 돌아올 수 없게 됐는지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A씨는 끝으로 "계속 응원해 달라. 힘도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엄마지만 아들 희생에 진실이 밝혀지길 꼭 지켜봐 달라. 그것만이 엄마가 살아갈 수 있고, 그나마 살아야 할 이유"라며 "긴 시간 동안 자기 본분을 다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있는 분들처럼 엄마도 힘내보겠다"고 적었다.
해병대 1292기의 전역일인 26일 경북 포항과 국립대전현충원 등에서는 채 상병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는 이날 오전 9시 포항시외버스터미널과 포항역에서 '동기에게 쓰는 편지' 행사를 연 뒤 고인이 잠든 대전현충원 묘역을 단체로 참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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