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6.4조 이어 올해도 대규모 펑크
경기 둔화 예상 넘어 법인세 '14.5조↓'
대응책 미정… "여유 기금, 불용액 활용"
4년 예측 실패… 추계 전문기관 투입
나라 살림 밑천인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올해 30조 원 가까이 덜 걷힐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정부 예측이 엇나가 대규모 세수 결손이 나면서 예정된 사업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기금 여유자금, 아직 액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불용액 등을 활용해 모자란 세수를 메꾸겠다는 방침이다.
법인세 감소분이 절반... 소득세도 타격
기획재정부는 26일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 대응 방향' 발표를 통해 올해 국세 수입을 예산(367조3,000억 원)보다 29조6,000억 원 적은 337조7,000억 원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56조4,000억 원에 비해 결손액 폭은 줄었지만, 계획한 것에 비해 쓸 수 있는 돈이 30조 원 가까이 부족한 상황이다.
법인세, 양도소득세가 세수 오차의 주요 원인이다. 법인세 수입은 63조2,000억 원으로 예산보다 14조5,000억 원 줄어드는데, 전체 세수 결손분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세계 교역 위축, 고금리 장기화에 반도체 업황 침체가 겹쳐 전망보다 기업 영업이익이 더 하락한 영향이다. 납부액 1, 2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적자로 올해 아예 법인세를 내지 않게 됐다.
경기 둔화에 따른 건설 투자, 부동산 거래 부진으로 양도소득세 등 자산 관련 세수가 줄어 소득세도 타격을 입었다. 소득세 수입은 117조4,000억 원으로 예상됐는데, 예산 대비 8조4,000억 원 적은 액수다. 아울러 물가 안정에 투입된 사상 최장 기간 유류세 인하, 긴급 할당관세 등 세제 지원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관세도 총 6조 원이 덜 걷혔다.
최상목 "송구"... 세수 부족분 대책은 아직
기재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국채 발행은 각각 "요건에 맞지 않는다",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린다"고 일축했다. 지난해엔 환율 방어를 위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24조 원,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액 관련 재정안정화기금 23조 원, 연말까지 못 쓴 불용액 8조 원, 남은 전년 예산 세계잉여금 4조 원 등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올해는 재정 파행 방지 대책을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며 "지방 재정과 민생사업에 구김살이 없는 선에서 가용 재원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잉여금은 지난해 세수 결손에 따라 없고, 외평기금은 외환 대응 부실 우려로 정부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상 상황이다 .
오차율은 8.1%로 두 자릿수였던 직전 3년 대비 줄었지만, 4년 연속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민·관 합동 세수추계위원회 설치, 법인세·양도세 추계모형 재설계 등 노력도 역부족이었다. 이에 내년부터는 거시지표 전망, 모형 설정, 세입예산안 편성 전 과정에 국회예산정책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참여하도록 개편한다. 또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중간예납 가결산 의무화 방안을 추진하고, 매년 9월 세수 재추계를 정례화한다.
세수 부족분의 구체적인 충당 방안은 향후 국회를 비롯 지방자치단체, 관계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 오차가 계속되면 정책 수행에 큰 제약이 따르고, 기금·재정이 제 역할을 못 하게 돼 거시경제에도 부담"이라며 "추계 구조는 물론 경기, 감세 등에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정확히 파악해 기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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